재단 소식
민들레(23호) 후원회원 이야기 - 만들어진 천재
후원회원 이야기
만들어진 천재
“이제는 불판을 갈아야 합니다”
이 유명한 노회찬 의원의 어록은 지금도 정치‧사회‧문화‧종교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노회찬 의원의 말씀들은 우리가 그분을 쉽사리 잊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겠지요.
직관적이고 재치있는 답변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정치인. 우리는 통상 노회찬 의원을 ‘촌철살인의 장인’, ‘순발력의 대가’로 많이 기억합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고 바라본 노회찬 의원은 오히려 굉장히 진지하고 신중한 분이었습니다.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 노회찬 의원께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직접 뵐 기회는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노원지역활동가인 제 아내의 소개로 노회찬 의원을 만나 볼 수 있었고, 연이 닿아 가까워졌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노회찬 의원과 저는 동향(同鄕)에 동문(同門)이기도 했습니다.
일전에 노무현 대통령은‘정치는 말과 말씀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참 자주 하셨는데, 처음에는 그 뜻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청산유수와 같아야 한다는 뜻으로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렴풋이 그 뜻을 알아간다 싶을 때, 사석에서 노회찬 의원께 질문을 한 적 있습니다.
“‘이제는 불판을 갈아야합니다’라는 말씀은 어떻게 생각하시게 된 거에요?”
우문(愚問)에 대한 의원님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지만 저의 오랜 착각을 통째로 깨뜨렸습니다.
“계속 생각하고 연습하는거지요”
그 현답(賢答)을 생각하면 여전히 그 때의 충격이 느껴집니다.
노회찬의 위트있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끝없는 고민과 공부를 통해 탄생한다고 어느 누가 생각했을까요.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연습하고, 다른 사람이 한 말도 곱씹어 보며‘나라면 어떻게 말했을까?’를 고민한다는 의원님의 말씀에 멍해졌던 기억이납니다.
노회찬 의원을 가까이 알기 전에는 기질 자체가 원체 위트있고 센스있는 사람이라서 즉문즉답에 능하고, 뇌리에 꽂히는 말씀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노회찬 의원의 노력을 알게되니‘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이 노회찬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싶었습니다.
‘언어’는 정치가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소통의 통로입니다. 노회찬 의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어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 영향이 어떠한지를 꿰뚫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언변이 능숙한 정치인들도 많지만, 정치에 있어 ‘수사(修辭)’의 위력이 어떠한지를 이해하는 정치인은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저도 항상 마음 한 켠으로 노회찬 의원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닮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보이기와는 달리 쉽게 너스레떨지 못하고, 뻔뻔하지 못했던 대중정치인. 노회찬이라는 보배를 품기엔 우리의 그릇이 너무 작았고, 세상이 너무 좁았던 것 같습니다.
국민들에게 정치를 더 쉽게, 더 가까이 가져가려 한 노회찬 의원의 노력과 뜻을 노회찬 재단이 이어받아 여러 신인 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 잘 전달해주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기대합니다.
-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서울 성북구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