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24호) 문화인 노회찬 - 문화의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지금 계셨더라면 아마도 이렇게 다정하게 사진 한 장 찍지 않았을까? ⓒ 일러스트 김경래
문화인 노회찬
문화의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나에게 그날은 특별했다. 남과 북 정상이 함께 만난 날 평양냉면은 꼭 먹어야 한다고 하여 회사 선배들에 끼어 냉면집으로 갔을 때 노회찬 의원을 생전 처음 대면했다. 어려서부터 면을 무척 좋아하던 나는 첫 인연이 영광스럽게도 평양 냉면집 ‘을밀대’에서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노의원도 면을 무척 사랑하신 분이다. 그때 환하게 웃으시며 포즈를 잡아 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내 핸드폰 속에 원본으로 남아 있다. 신문 속 노의원 기사와 영상 속에서만 알고 있었던 상황이 그날 시점부터 더는 아니었다.
그런 노의원을 특별한 날 유명 냉면집 앞에서 만났으니 들뜬 마음에 마치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듯 좋아했다. 아마도 그날 평양냉면을 찾아온 모든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마음속 인연이 현실적 인연이 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굽이굽이 흘러 커다란 운명처럼 노의원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신간 “음식천국 노회찬”에 그림을 그리게 될 줄이야… 거기에 책에 등장하는 27곳의 식당과 옛 노의원의 동지들을 다 만나본 사이가 되었고 생전에 즐겨 드셨던 맛집 음식을 모두 경험하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평소 취미로 요리와 그림을 그리던 나에게 노 의원이 평소 즐겨 찾던 행보를 따라 1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함께 듣고 보며 되짚어 본 것은 또 다른 세상을 맛보는 값진 경험이 되었다.
시인과 목수, 화가와 활동가, 변호사와 노동운동가, 정치인과 연극인… 전혀 다를 것 같은 영역에 공통분모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맛을 알고 멋을 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여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 문화인 노의원이 항상 중심에 있었다. 나에게는 세상을 보는 견문을 넓히는 탐방길이었고 멋에도 격과 유형이 있음을 보았고 이야기의 폭과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게 한 계기가 되었다.
어느새 내 마음속 노의원은 즐기고 해보고 느끼고 상상해 재미와 유머로 사회에 깊숙이 다가서는 분으로 느껴졌다.
디자이너보다 더 크리에이티브한 분
예술을 사랑하고 멋과 맛의 격을 아시는 분
현실에 문제를 유머로 대안을 제시하시는 그런 분이셨다.
평소 하셨던 말씀을 바탕으로 세상을 그려 본다면 모든 사람이 악기 하나쯤 다룰 줄 알아서 합동 연주회를 기획하고, 마음 닿는 대로 자유롭게 서로따스한 그림 한 점씩 그려 동네 전시회도 열고, 요리 한두 개쯤 뚝딱 만들어 맛자랑멋자랑 마을 잔치 열면… 우리가 바라는 문화의 꽃이 활짝 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세상을 꿈꾸며 노회찬 의원도 바라보시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김경래 (한겨레 신문사 디자인담당, <음식천국 노회찬> 일러스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