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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26호) 특별 인터뷰 #2 "당신에 대한 고마움, 잊지 않겠습니다"

재단활동 2021. 06. 30




특별 인터뷰 #2

"당신에 대한 고마움,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 주) "故 노회찬의원 3주기를 앞두고 재단에 도착한 '특별한 진심'을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먼저 대중교통 분야 종이모형을 주로 제작하고 있는 류황원(류황별) 작가께서는, 노회찬 의원의 연설 속 바로 그 버스. '6411번 버스'를 고스란히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의원님의 연설에 감명을 받아 시작된 작업의 취지와, 함께 나누고픈 소중한 기억을 들려주셨습니다.

이어 광고대행사의 아트디렉터에서, 택배상자를 재활용한 조형물을 만드는 작가로 거듭난
정현철 작가께서는, "당신은 언제나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따스한 메시지와 함께, 민주화 시대를 거치며 가슴에 쌓인 마음의 빚을 담아 의원님의 흉상을 작업해주셨습니다.

그 소중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나눕니다.


―――


1. 운영하고 계신 유튜브 채널(<리라이프 아트>)의 소개 글이 인상 깊은데요.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나이의 숫자가 늘어갈수록 많은걸 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당장 내일 일도 모른다."

사십대를 마무리 할 시점에 정기검진 받으러 간 병원에서 3개월 길어야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었기에 최대한 빨리 운영하던 2개의 사업장을 정리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남겨질 가족들의 먹고 사는 방법을 마려해줘야 했습니다. 입시를 앞둔 아들들과 전업주부로만 살아온 아내에게 생계를 유지할 방법을 찾은 것이 독서실이었습니다. 독서실의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고 오픈할 시점이 저의 마지막 데드라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독서실을 오픈하고 현재까지 아직 살아 있습니다. 물론 중간에 한번은 위기가 있었지만 역시 돈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또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택배상자를 이용한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항암주사를 맞던 중 매주 찾아오는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는 날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상자를 바라보는데 “쓸모가 없으면 버려지는 구나..” “나도 다를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 일도 없고 해서 그냥 그렇게 아파트 주자장에서 한참동안 택배상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대로 세상에서 버려지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가진 재주로 “새로운 쓸모”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 노회찬 의원님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게 된 사연을 말씀해주신다면?

뜨거운 20대를 보내고 지금은 생각 많은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80년대 학번들

노회찬 의원님의 열렬한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노의원님이 세상을 떠난 후 가슴속에 무직한 무언가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건 80년대 민주화시대에서 최루탄 연기 속을 달리며, 보도블록을 깨서 닭장차에 던지고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결국 가난이 싫어서 먹고 살 방법을 찾으러 민주화운동을 외면했던 그 시대 20대들에게 남겨진 부채의식일 것입니다. 

지나간 세월 속에 가라앉아 있던 부채의식은 노의원님이 없는 세상에서 자꾸 떠올라서 얼굴한번 본적 없는 노의원님에 대한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작품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만들어가며 뉴스를 통해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노의원님의 부재가 안타깝고 아쉬웠습니다. 작품을 통해 노의원님의 정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어져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좀 더 공정한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3. 제작과정에서 특별한 어려움 등은 없었는지? 에피소드가 있으셨다면?

우리 동네 박스 줍는 독서실 아저씨

별도의 작업공간이 없어서 독서실 안내데스크 한 귀퉁이에서 만들다 보니 공부하러온 학생들이 저 아저씨가 뭘 저렇게 만드나 한참을 쳐다봐서 조금은 민망하기도 하고, 며칠이 지나고 완성이 되면 관심 있게 지켜봤던 얘들이 칭찬도 해줍니다. 가족들은 건강을 생각해서 그냥 가만히 있기를 바라지만 스스로의 쓸모를 증명하고 싶어서 만드는 작품들은 후배 작업실에 숨겨둡니다. 어떤 날은 용도에 맞는 박스를 주우러 다니다가 박스 줍는 할아버지와 마주쳐 할아버지에게 심한 눈총을 받고 주웠던 박스를 조용히 내려놓고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늘 소소하지만 후회 없는 하루를 살려고 노력중입니다.


4. 작품을 통해 노회찬 의원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분들께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배우지 못한 사람을 대신해서
가지지 못한 사람을 대신해서
싸우지 못한 사람을 대신해서 
그렇게 
평생을 우리가 하기 싫었던 일을 
대신했던 사람–노회찬
당신에 대한 고마움은 잊지 않겠습니다.
노회찬을 기꺼이 우리에게 내어준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겠습니다.


5.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으신 말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다 각자의 쓰임새가 있습니다.
쓰임새의 귀천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누군가가 결정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나만이 나의 쓰임새를 결정 할 수 있고, 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쓸모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쓸모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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