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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26호) 특별 인터뷰 #1 "세상의 정의를 향해 치열하게 싸우던 사람"

재단활동 2021. 06. 30



특별 인터뷰 #1

"세상의 정의를 향해 치열하게 싸우던 사람"

 

(편집자 주) "故 노회찬의원 3주기를 앞두고 재단에 도착한 '특별한 진심'을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먼저 대중교통 분야 종이모형을 주로 제작하고 있는
류황원(류황별) 작가께서는,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기간중 노회찬의원이 탑승했던 당시의 6411번 버스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의원님의 연설에 감명을 받아 시작된 작업의 취지와, 함께 나누고픈 소중한 기억을 들려주셨습니다.

이어 광고대행사의 아트디렉터에서, 택배상자를 재활용한 조형물을 만드는 작가로 거듭난
정현철 작가께서는, "당신은 언제나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따스한 메시지와 함께, 민주화 시대를 거치며 가슴에 쌓인 마음의 빚을 담아 의원님의 흉상을 작업해주셨습니다.

그 소중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나눕니다.


―――


1. 자기소개와 더불어 이런 분야(운송기기 작업)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안녕하세요, 유튜브 채널 ‘류황별의 종이공방’ 을 운영하고 있고, 대중교통 분야 종이모형을 주로 제작하고 있는 류황원(류황별)작가 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어릴 때부터 이런 대중교통을 참 좋아했습니다.

왜 좋아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린 마음에 엄청나게 큰 철 덩이가 덜덜거리면서 움직인다는 게 참 설랬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스케치북에 적당히 네모를 그리고 붙여 버스라고 가지고 놀았는데, 어린 마음에는 저 큰 버스를 가지고 싶어 더 실제같이 모형을 만들어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대 두 대 만들다 보니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나이도 얼추 먹은 것 같은데, 아직도 어릴 적 기억을 잊지 못해 열심히 버스와 지하철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대의 발’이라는 별명처럼, 버스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은 그 무엇보다 이 시대의 풍토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최근 들어 가장 대표적인 예는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코로나 19와 관련된 광고를 예로 들 수 있겠고, 또 수년 간 이어진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노력의 결과로 최근 많이 출고되기 시작한 저상버스(높낮이가 없는 버스)도 이런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독 이런 ‘시대상’ 에 대한 기록이 매우 부족한 것 같습니다. 너무 빠른 발전 탓이였을까 지난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일까, 과거를 기록하기 보단 오히려 묻는데 더 익숙한 풍토가 부끄럽기도 합니다.

모형 작업이라는 것은 이런 기록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닌다 생각합니다. 모형 작업을 위해서는 당시 사용되던 광고물이나 소품 등을 그대로 복원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모형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그대로 기록하게 됩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런 작업에서 큰 의미를 찾고 있기에 이런 작업을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중교통을 통해 지금과 과거의 시대를 기록하고, 또 당시 대중교통에서 사용되던 다양한 기록물들을 디지털로 복원해 다양한 컨텐츠로 소개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 노회찬 의원님과의 인연이 있으시다면?

어디서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고인에게 예를 갖추는 말 중 하나로 천국에서 행복하시라, 잘 지내시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노회찬 의원님은 당연히 천국에 가실 것이지만 천국에 가시더라도 지옥에 있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천국의 신과 싸울 것이다.

저는 보내주신 질문에 자꾸 이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있고, 저는 그저 인간답게 존엄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이것조차 어려워지는 세상이 너무 힘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세상에서 싸워왔고, 지금도 노회찬 의원님의 뜻을 이어 세상과 싸우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노회찬 의원님이, 상대가 그 누구든 세상의 정의를 향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싸우셨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무척 힘이 납니다. 남겨주신 세상을 위해 더욱 치열하게 살겠다고 다짐하게 되기도 합니다.

‘노회찬’ 이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저는,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싸우던 사람, 그리고 이런 세상에 남아있는 저에게 큰 힘을 주시는 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3. 이번에 작업하고 계시는 ‘6411번 버스’는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지?

어릴 적부터 대중교통, 특히 버스를 좋아했기에 노회찬 의원님께서 남기셨던 서울 6411번 버스와 관련한 연설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출퇴근 시간에 농담조로 “국회의원들도 출퇴근 시간에 만원 버스 타 봐야 해” 라고들 하시잖아요, 그런데 그걸 직접 타 보고 더 나아가 그 출퇴근 시간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연설에 담으셨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인 중 이런 부분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경험은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국회의원들도 출퇴근 시간에 만원 버스 타 봐야 해!”라고 말하던, 정치에 관심 없던 저를 반성하게 된 계기도 이때였던 것 같습니다.

알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는 것 같다 느꼈던 것도 이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연설과 노회찬 의원님께서 말씀하셨던 것들에 대해서 더 알릴 방법이 있지 않을까를 고민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가진 미약한 기술이 노회찬 의원님의 6411 연설을 조금이라도 더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고, 우연히 노회찬재단과 연결되어 좋은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4. 제작과정에서 특별한 어려움 등은 없었는지? 에피소드가 있으셨다면?

어떤 모형이던 자료 조사, 특히 당시 시대에 버스의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사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내부에 붙은 당시 요금표나 공익광고, 그 외에 내부 손잡이 모양과 개수라던가 의자의 모양 등. 과거에 촬영된 대부분의 자료는 지나가는 버스의 외관을 촬영한 게 대부분이고, 지금도 버스 내부 구조나 광고물 등을 상세하게 촬영한 사진은 흔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어 누구나 사진을 찍기 쉬운 시대에도 이런 사진이 흔하지 않은데,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2010년에 남은 당시의 버스 사진을 찾기란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과거의 대중교통을 제작하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대중교통의 모습들도 한 시대이고 기록에 남겨야 할 역사적 가치가 있을 텐데 이런 장면들이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채 그냥 사라지고 있는것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현실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11년 전 2010년, 노회찬 의원님께서 6411번 버스를 타셨던 자료를 알게 되었습니다. 노회찬 의원님을 중심으로 촬영된 자료사진들이지만 그 사진 속에는 당시 사용되던 요금통, 교통카드 리더기, 당시의 광고나 내부 구조 등이 상세하게 남아있는 자료 사진이었습니다.

정치인이 버스를 탔다는 거 하나로, 한 시대를 대변하는 버스의 내부를 알 수 있는 사진이 거의 유일무이하게 남아있다는 점은 무척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노회찬 의원님께서 새벽부터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주신 덕택에 11년 뒤 제가 당시의 시대를 담은 모형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5.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으신 말씀

대중교통 분야 모형 제작이라는 취미를 오래 해 왔고, 저는 이것이 단순한 취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 작품이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담는 매개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왔습니다. 노회찬재단에 모형 제작과 관련한 연락을 드렸을 때는 제가 큰 실례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정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연락을 드렸었는데, 이렇게 제안을 선뜻 받아주시고 또 이런 인터뷰까지 제안 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노회찬 의원님의 연설과 그의 발자취를 더욱 잘 소개하고 많은 분이 아실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곧 완성될 6411번 버스 모형 작품과 앞으로의 작업에도 많은 기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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