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재단 소식

민들레(34호) 문화인 노회찬 - 눈에 밟히는 사람

재단활동 2022. 02. 25




문화인 노회찬

눈에 밟히는 사람 



투명인간들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잡아주었던 휴머니스트 노회찬!
2017년 광화문촛불집회에서 ‘정의로운 대한민국’ 피켓을 들고 계시던 노 의원님 사진 한 장을 꺼내본다.

김대중 대통령 국장,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그리고 촛불로 기록한 역사의 현장에 이어 180723 노회찬의원 서거 1주기를 맞이하여 국회장까지​ 작은 사진집으로 아카이브를 했다. 굳이 사진집을 통해 아카이브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는가? 사람은 기록을 남기고, 기록은 역사는 만든다는 신념, 그리고 사라지지 말아야 할 노회찬의원의 가치. 그 가치는 공정하고 평등한 나라, 약자도 살만한 세상, 앙리 마티스의 그림 ‘원무’로서의 삶처럼 함께 어우러져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가치를 이어가자는 나의 입장철학으로 작업이 되었다. 김대중, 노무현, 노회찬 세분의 가치와 철학은 닮아있다.

특유의 유려한 언변과 몸에 자연스레 녹은 재치로 나의 눈과, 시민들의 눈과, 대한민국의 눈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세상은 그를 기억하고, 나 또한 그러하다. 거침없지만 불쾌하지 않게 모두를 만족시키는 말을 들으며 피어오르는 미소를 감추기는 어려웠다. 핵심을 정확히 꼬집는 그의 화법은 더 이상 단순한 문장에 그치지 않았다. 그 문장들이 모여 대중들의 신임을 얻고 확신을 주었다. 그는 마냥 경직되어 걸음이 더뎌 보였던 정치계에 불어든 일편의 시원한 바람이었다. 여름날 갑갑한 옷 속에 파묻힌 땀을 식혀줄 아주 시원한 바람, 그런 짜릿한 바람.

그는 노동자를 위했고 진정한 인권의 의미를 찾아 앞장선 뛰어난 선두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고 추억하는 점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의 행실에서 여실히 드러난 노동운동가로서의 각오는 번지르르한 말뿐만이 아닌 실천 그 자체였다. 






나는 오랫동안 인물(휴머니즘) 사진에 집중해 왔다. 인물사진은 사실성과 재현성에 중심에 두어야 하고, 개인 각자의 개성과 특성이 드러나는 법이다. 인물 사진은 외관에 보이는 얼굴뿐만 아니라, 성격, 분위기, 인간성까지 엿볼 수 있어 그야말로 예술성과 신비감까지 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 의원님의 많은 이미지를 접했지만, 앞서 기록의 나의 말에 대한 느낌을 받은 사진을 한 장 뽑는다면  사무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첼로를 연주하는 노의원님의 사진이다. 나는 이 사진이 실제 연주중에 촬영을 한 것인지. 아니면 연출인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진에게서 풍기는 노회찬 그 자체를 볼 수 있는 아우라aura는 나의 뇌를 관통했다. 그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뭔지 모를 품격과 품위가 있다.

정치를 하는 품위, 사람을 대하는 품격을 내포하고 있다. 

그가 떠나며 당부한 말이 있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앞으로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라”

노의원님이 생애 마지막으로 준비했던 메세지는 KTX승무원 복직을 축하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미처 붙이지 못한 편지를 간직한 채 노의원은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는 수많은 KTX승무원 복직과 같은 이들에게 축사의 메시지를 건넬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마치 릴레이 바톤을 이어 받듯이 말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길벗이 되어 주셨던, 차별을 없애고 평등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노동자, 서민들의 벗, 이 땅의 투명인간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손을 잡아주었던 그의 가치를 이어가며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은 가동을 멈춰버린 느린 숨결 속에서 노회찬재단를 통해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통로가 남아있어 정말 다행이다. 알면 알수록 자꾸만 더 알고 싶은 그의 형태를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찾고 있을 것 같다.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 겉과 속이 같은 사람. 앞과 뒤가 같은 사람. 자꾸만 눈에 밟히는 사람……. 금수들이 날뛰는 현세에서 청렴한 인간으로 태어나 존엄한 인간으로 끝을 맺은 그를 떠올리며 이 글을 올린다. 세상은 그를 기억하고, 

나 또한 그러하다.


- 오준규 (사진가, <휴머니스트 노회찬을 보내다> 사진집 저자)


공유하기

페이스북에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에 공유하기
트위터
카카오톡에 공유하기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