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43호) 후원회원 이야기 - 자폐인 어린이와 산다는 건
후원회원 이야기
자폐인 어린이와 산다는 건
기러기, 토마토, 별똥별, 스위스, 인도인,우영우, 그리고 원인찬
내가 낳은 첫 아이 이름이다. 인찬이는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처럼 어릴 때 남들과는 다른 속도와 다른 방식의 자람을 보이다가 6살 때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으로 등록을 하였다. 지역 활동가로서 장애인의 가족이 된다는 건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함께 연대하는 사람들, 같이 갈 사회구성원.. 그저 선한 마음만 가지고 살다가 아이를 낳았는데 장애 가족 당사자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많은 일들을 겪었다. 아이가 어릴 때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는 느린 아이를 마치 특별히 봐주는 아이마냥 대해서 처음으로 사회 차별을 몇날 며칠 울며 지내기도 했었고, 편견 가득한 의사로부터 아이가 앞으로 1년간 말을 하지 못하면 평생 말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듣기도 했다. 아이가 2011년생이니깐 2010년대에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편견은 전문가들조차도 가득했다. 진단을 하는 의사도 발달장애에 대해 비관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보육을 담당하는 보육기관에서는 발달이 느린 아이를 부담스러워하는 현실을 처음 맞닥뜨렸다. 그리곤 앞으로 아이와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야하는지 막막하기도 했다. 그러다 장애통합어린이집에 입소를 하게 되면서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부모교육도 받고 특수교사와 함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잘 적응하고 지낼 수 있게 함께 상의하고 원과 가정에서 아이에 대한 것들을 함께 공유하니 우선 주양육자인 나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이도 더 이상 천덕꾸러기 취급이 아닌 존중받고 배려받으며 행복해했다.
부모교육을 받으며 알게 된 ‘장애차별금지법’. 교육을 받으며 내가 억울하고 막막했던게 바로 장애차별금지법에 다 위반되었던 것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처음으로 발의한 국회의원이 노회찬의원인걸 알게 되었다. 서울 노원지역에서 지역 활동가로서 마들연구소와 다양한 지역 활동을 하며 잘 알고 있었지만 내 삶에 중요한 법을 싹 틔운 사람이 노회찬 의원이라는 사실을 장애 부모가 되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사실 인찬이가 아기 때 노회찬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되고 1인시위 했을 때도 인찬이가 있었고 마지막 가시는 날에도 인찬이와 함께 했었다. 아이는 노회찬 의원이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지난 7월, 시민사회활동가 자녀들에게 주어졌던 <2022 노회찬장학생>에 선발되면서 재단에서 함께 주신 책을 읽으며 아이 나름대로 본인도 노회찬 의원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면서 연혁을 꼼꼼히 보았다. (아이가 숫자와 연혁을 좋아한다) 그러면서 자기랑 똑같이 책을 좋아한다고 좋아하고 인권이 중요하다고 몇 번씩 말을 하며 나름의 의미를 찾고 있다.
발달장애를 비롯한 장애인들은 현실에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변 환경과 이 사회가 장애인들에게 맞추기 위해 어떤 지원과 지지를 할 것이냐이다. 나도 처음엔 우리 아이가 많이 성장하면 나아질거라 생각했지만 알면 알수록 어떤 환경에 있냐에 따라 아이는 다정하고 따스한 아이가 되기도 하고 예민하고 힘든 아이가 되기도 한다. 아이가 이제 12살이다. 장애청소년도 꿈을 꾼다. 아이가 학교에서 1학기 내내 배웠던 UN아동권리협약을 집에 와서 어설프게나마 말을 한다. 엄마가 자신을 혼내면 UN아동권리협약을 어긴거 아니냐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다. 아이가 표현한 자신의 권리를 우습게 보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아이는 더 자신의 권리를 표현할 것이다. 앞으로 학교에서 배운 UN아동권리협약 뿐 아니라 자신이 장애인인걸 인지하게 된다면(아직은 잘 모른다) 장애차별금지법도 잘 배워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차별에 저항하길 바란다. 더불어 세상의 눈길이 덜 갔던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던 노회찬의원처럼 아이도 세심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나와 너 모두 소중하다는 인권의 기본을 잘 표현하는 시민으로 자라길.
- 김희선 (전 마들주민회 활동가, <2022,노회찬장학금>수여 학부모)
※ <2022 노회찬장학금>에 대하여
<2022 노회찬장학금> 사업은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시민사회 활동가의 자녀 교육비 지원을 위해, 한 독지가의 지정기부로 이루어진 사업입니다. 지난 7월 노회찬의원 4주기에 전국 초등학생 3명, 중학생 3명, 고등학생 4명 등 총 10명을 선정하여 각각 2백만원씩 지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