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43호) 노회찬정치학교 심화과정 2기 수강생 후기 (김제완)
"노회찬이라면..."
6주차 수강후기 - 김제완
체게바라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과테말라에서 혁명가가 되고 쿠바에서 싸우다 볼리비아에서 죽었다. 남미대륙의 혁명가로 전세계 청년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그를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나는 노회찬을 생각할 때마다 이 철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나의 세계에서는 한국의 사회운동가 정치인중에 가장 완벽한 인간이었다.
지난 가을 노회찬정치학교 공고를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택과목에 “한국사회 불평등과 대안”이 그리고 프로젝트 관심분야에 “불평등과 부동산/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5년동안 줄곧 관심을 집중했던 문제여서 반가웠다.
전에 살았던 송파구의 아파트에서 목격했던 일이다.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만났던 엄마들이 이따금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만난다. 두 명 중 한 명은 유주택자이고 다른 한 명은 무주택자일 수 있다. 세입자가 절반 가까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5년동안 집값이 십억원 넘게 올랐다. 한 명은 불로소득으로 외제차 구입할 생각에 기분이 들떠있다. 다른 한 명은 전세 보증금이 올라 이사 걱정에 수심이 가득하다. 아이도 전학해야 하니 친구들과 헤어지게 된다. 엘리베이터에 나란히 서있는 두 엄마의 상반된 모습이 너무나 절절하다.
주거중립성이라는 학문 용어가 있다. 임대인이나 임차인 모두 공평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무책임한 구두선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현실에서는 집의 유무가 죽고사는 문제다. 하늘과 땅만큼 천당과 지옥만큼이나 멀다. 강준만 교수는 심지어 한국사회는 유주택자가 무주택자를 착취하는 구조라고 했다.
집값 폭등은 만악의 근원인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내게는 그런 거대담론보다 촛불의 분열이 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서울시민 중 51%가 무주택자이니 광화문에서 촛불을 함께 들었던 사람들도 유무주택자가 얼추 절반씩 될 것이다. 몇해전에 김현미장관 해임 청원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다. 동의 서명을 해달라는 나의 요청에 촛불친구 한 분이 딱 잘라서 거절했다. 경제 현상인데 왜 문정권을 공격하느냐면서. 단톡방에서 평소 정의로운 말을 했던 사람들 몇 명은 꿀먹은 벙어리마냥 묵묵했다.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더니… 주택의 유무가 만들어낸 날카로운 사회 갈등을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해 민주당은 결국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이따금 난감한 상황에 처해서 판단이 쉽지 않을 때면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노회찬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상계동에서 작은 평수의 아파트 셋집에서 살았던 그도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 말했을까. 이쪽과 저쪽의 입장이 대립해 앞으로 나가지 못할 때 촌철살인의 말 한마디로 갈등을 풀어버렸던 사람, 그의 빈자리가 너무 커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