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44호) 특집[3] 노동자, 우리 당사자들의 이야기 <6411의 목소리>
[특집] 우리가 기억하는 "노회찬재단 2022" (3)
노동자, 우리 당사자들의 이야기 <6411의 목소리>
언제나처럼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아쉬움과 고마움이 교차합니다. 지난해 진행했던 여러 사업 중 하나를 꼽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한겨레신문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6411의 목소리>의 사연을 회원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2022년 3월의 어느 날 평소 교류하던 한겨레신문 팀장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한겨레신문 오피니언에서 매주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해 직접 쓴 원고를 받아 게재하고 싶은데, 노회찬재단과 함께 진행하고 싶다는 요청이었습니다. 노동자의 글에 지면을 할애하겠다는 제안은 매력적이었지만, 매주 원고를 발굴하여 소개하는 일이 가능할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6411 노동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경험과 고민을 언론을 통해 우리 사회와 공유하는 일은 너무 중요하다는 공감으로 공동기획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소외된 채 자신의 노동을 감내하면서도 사회적 발언권은 주어지지 않은 6411 당사자들은 우리 주변에 항상 있습니다. 이들에게 스스로 발언할 기회를 줘 이 시대 일과 노동의 문제를 환기하고 조명해보고자 했습니다.
한겨레와의 협의를 거쳐 5월 중순부터 연재를 시작하고, 재단에서 필자를 발굴하는 한편, 투고를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노회찬재단에서 노동자의 원고를 자문해 줄 편집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당사자의 글쓰기에 오랫동안 관심 가져 오신 경희대 실천교육센터 권순대 선생님과 고영직 문학평론가, 시민들의 다양한 사연을 방송을 통해 소개해 온 방송작가유니온의 권지현 작가, 세상을 바꾸는 따듯한 이야기를 소개해 온 월간 작은책의 유이분 대표, 노동자의 곁에서 평생 함께 해 오신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의 하종강 선생님, 청소노동자‧배달라이더‧결혼이주여성 등의 삶을 책으로 묶어낸 강명효 출판기획자, 사회의 온도를 측정하는 하명희 소설가, 2001년 창립이후 ‘기업살인법’ 제정운동을 주도한 노동건강연대의 전수경 활동가 등 8명을 편집자문위원으로 모셨습니다. <6411의 목소리>는 매주 묵묵히 노동자의 처지와 고민을 경청하고, 글을 쓴 당사자가 목소리의 주인으로 나설 수 있게 자문해 주신 편집자문위원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의 일과 삶을 원고로 작성해 주신 노동자가 진정한 주인공입니다. 2022년 5월 타투 노동자의 글로 시작하여, 콜센터, 주얼리, 방송작가, 재일 동포, 성소수자, 봉제, 뮤지션, 배달, 대리기사, 장애인, 건설, 게임회사, 연극배우, 물류, 이주여성, 호텔, 도축, 면세점, 호텔, 탈북, 골프장, 영케어러, 청소, 특성화고 출신, 어부, 농부, 여행사, 미용실, 주차 노동자 등 34명의 노동자의 글이 실렸습니다(2022년 12월 말 기준). 이 모든 글들은 우리 사회가 애써 주목하지 않았지만, 우리 주변의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6411의 목소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투명 인간이 자신의 색을 되찾고,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를 향한 긴 여정입니다. 6411 투명 인간이 목소리와 색을 찾는 사회를 위해,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위해 계속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 그것이 노회찬재단과 수많은 노회찬‘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에도 <6411의 목소리>를 통해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비를 맞고, 그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색을 되찾을 수 있게 자원을 연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강준 사업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