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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47호) 특집 -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가 전하는 <내 곁에 산재>

재단활동 2023. 04. 14





특집기사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가 전하는 <내 곁에 산재>

 

안녕하세요. 주간 잡지 “한겨레21”에 <내곁에산재>를 연재하고 있는 전수경입니다. 

<내곁에산재>를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노동하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칼럼의 형식으로 글을 씁니다. 초반에는 격주로 연재하다가 지금은 3주에 한 번 싣는데요. 현재(2023년 4월 7일)까지 31가지의 산재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읽으신 독자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나요? 수제화를 만들다 손마디가 망치처럼 두꺼워진 노동자, 엄청 씩씩하신 건설현장의 여성 형틀목수, 전세 사기를 당한 후 빌딩청소를 하고 있는 연극배우, 너무 낮은 임금에 항의하다 노동조합을 만든 독도유람선의 선장님이 생각납니다.

<내곁에산재>는 노회찬재단이 아니었으면 태어나지 않았을 기획이랍니다. 2021년 봄의 어느 날, 노회찬재단 이강준 사업기획실장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산재를 연극으로 만들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 하면서 재단 사무실로 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극이라니, 산재도 재미없고 노동도 재미없는데, 이 둘을 같이 다루는 연극이라니’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요, 진심이 느껴지면 어느새 마구 같이 일을 하고 있을 때가 있잖아요, 노회찬재단에서의 만남이 그랬습니다.

이철 작가(후에 <산재일기> 연극을 집필하고 연출하여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작품을 만들게 됩니다!)와 이강준 실장 앞에 앉은 제가 산재를 경험한 노동자들의 삶이 어떠한가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산재를 둘러싼 제도, 정치, 노동운동의 풍경까지 끝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지식이 많아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통하는 게 재미 있어서 이야기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시작이었습니다. 이강준 실장은 연극의 첫 번째 단계로 희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 인터뷰가 필요하니 함께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이철 작가와 함께 노동자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그 여정은 제가 만나 온 현장, 사람, 말(言)을 다시 찾아 나선 길이기도 했지만 이철 작가에게는 산재와 노동이라는 낯선 세계를 만나는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동시에 노회찬재단에는 또 다른 ‘6411 버스에 탄 노동자들’을 찾아 나선 길이기도 했습니다.

그 여정의 일부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자고 한 이는 역시 이강준 실장입니다. 저와 이철 작가가 교대로 “한겨레21”에 노동자와의 만남을 소개하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내곁에산재> 라는 이름은 “한겨레21”에서 지었습니다. 그러나 이철 작가는 연극 작업을 하셔야 하니 놓아드리고 결국 제가 <내곁에산재>를 도맡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이강준 실장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 어느새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내곁에산재>의 주인공이 될 노동자를 찾아 나설 때마다 고민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개인의 경험을 나누고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조금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고 그 노동에 감탄합니다. 처음 보는 노동자와 마주 앉을 때 ‘노회찬 의원이라고 있잖아요. 그 분이 돌아가신 후 재단이 만들어졌거든요’ 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굳어있던 노동자의 마음이 풀어지는 게 느껴집니다. 제일 좋은 순간은 ‘우리의 노동이 잘 나타난 것 같아요’ 라고 노동자가 답을 줄 때입니다. ‘마감지옥’의 압박이 시원하게 날아가는 느낌입니다. ‘실제보다 덜 힘든 일처럼 보여서 동료들과 같이 속상해하고 있다’고 하면서 원고가 발행된 후에 사진을 추가로 보내주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도 최대한 담으려고 애씁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고 기록하는 활동은 크게 화려한 사업도 아니고 표가 나는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노회찬재단을 보며 든든한 마음입니다.


-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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