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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48호)] 정치학교 기본과정 4기 수강생 후기 (이서연, 류태림)

재단활동 2023. 05. 15





노동으로 원 그리기
3주차 수강후기 - 이서연


차이점보단 공통점에 주목하기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건 참 쉬운 일이다. 나와 다른 머리색, 나와 다른 키. 눈에 보이는 차이에는 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발견한 차이점에 주목할 때, 상대방과 나 사이에는 다르다는 인식만큼의 선이 그어진다. 차별과 혐오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차이점을 발견하더라도,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배웠다. 굳이 배운 민주주의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모든 존재는 존중받아야 하며, 마땅히 평등하다. 다같이 지구에서 살아 숨쉬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 이유만으로도 모든 존재는 함께 할 수 있고, 연대할 수 있다. 

존중과 연대의 가치가 일터나 직장에서 지켜지는 건 매우 중요함에도, 모두에게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같은 노동자임에도 노동조합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나뉘고, 성 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이 직무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채용에서 배제되고, 아웃팅을 걱정해야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일터뿐만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그렇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존중받아야 할 모든 사람의 삶에 선을 긋고, 계급을 나눈다. 자산과 소득 격차로 발생한 경제적 불평등은 계급에 따라 삶의 질을 나눈다. '공정'의 가치는 경제적 불평등이 만들어낸 계급 간 삶의 질 차이를 마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단어로 인식되어 버렸다. 차별과 불평등은 상대적인 차이로 인해 나와 타인 사이에 선이 그어지면서 작동하는 셈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의 차이점을 존중하는 만큼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있다. 다같은 '노동자'라는 공통점을 인식할 때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기에 더 쉬워진다. 차이점으로 선을 긋기보단, 공통점으로 다함께 손을 맞잡고 원을 그리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수업이었다.


대표성에서 배제되는 사람 없는 통계를 위해

실천의 측면에선 '나의 노동 영역에선 어떤 공통점으로 연대와 존중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따라왔다. 내가 찾은 답은 '사람'이라는 공통점으로 조사에서 배제되는 사람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통계와 조사 관련 업무 종사자로서, 조사 결과를 분석할 때는 차이점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간 어떤 차이점이 결과에 더 큰 영향을 줄지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사람들의 차이점으로 사람들을 선 그어 판단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통계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사람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통계에서 조사 대상자의 배제 없이 다양성이 보장되기 위해선 '사람'이란 공통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성별 통계에는 성소수자 통계가 없다. '남성'과 '여성'만이 있다. 이 통계에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사람과 간성 등 제3의 성별을 지닌 사람들의 통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들은 애초에 조사 대상에서부터 배제된 셈이다. 조사 대상에서 왜곡이 발생한 것이라서 사실상 조사 설계에 있어 대단히 큰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통계청에 성소수자 통계 수집을 권고하기까지 했으나, 통계청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가 승인 통계자료는 국가에서 정책을 시행하는 데 참고하는 기본 자료다. 성 정체성을 지정하지 않은 성소수자의 현황조차 파악되고 있지 않으니, 관련 정책을 시행하려고 해도 예산과 규모 선정부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국가 승인 통계에서 성소수자 통계를 포함한다면, 현재 조사에서 배제되어 '보이지 않던' 성소수자가 가시화 된다. 성별의 다양성을 국가가 통계로서 존중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일반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가능하다. 더해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 시행이나 예산 편성이 수월해져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정치조차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차이보단 공통점에 더 집중하며 함께 연대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노회찬정치학교 기본과정 4기
4주차 수강 후기 - 류태림



"우리는 날마다 소리에 둘러싸여 살지만 보통은 그런 소리들을 음악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귀 기울여 들어보면 재밌어요. 음악적으로도 흥미롭고." 

-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자연이 빚어낸 바위산보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빌딩을 볼 때 감동하는 사람이다. 이와 반면 나의 사랑하는 배우자는 높은 하늘과, 자연이 주는 풍경을 보며 감동한다. 

이번 워크숍은 내가 몰랐던 자연의 즐거움에 눈을 뜨는 계기였다. 물이 흐르고, 새가 지저귀고, 바람에 나뭇잎에 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북한산생태탐방원”에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자연을 향유하는 동시에 기후위기와 관련된 두 강사진의 강연은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기엔 충분했다. 물론 아직 재생에너지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되었으며, 기후 환경적인 요인에 따른 가동률도 변수로 작용하기에 유의미한 해결책인가으로서 적합한지 의문이 남았으나, 탄소중립으로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관련한 문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탄광, 발전소, 광산 등 탄소를 발생시키거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시설은 대기질을 오염시키기에 주로 지방에 위치한다. 이러한 산업들은 지방경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일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중석광산이 위치했던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은 폐광 이후 쇠퇴의 길을 걷는다.  이제는 젊은이를 보기 힘든 상동읍에서 어르신들을 인터뷰하면 “옛날엔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다녔어“라도 자랑스럽게 말하며 옛날의 활기를 그리워한다.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지방경제의 쇠퇴는 인간의 생존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과거 미국 하원의원실에서 일할 때 탄광폐광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커다란 석탄 덩어리”를 비치한 곳들이 생각난다. 이 의원실들의 지역구는 과거 제조업 및 광산 산업이 육성한 러스트 벨트(Rust Belt)에 위치한다. 

탄소중립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의 문제는 기후위기를 인본주의의 시각에서 풀어나가야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기후위기의 원인이자 해결책은 모두 인본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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