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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48호)] 월간노회찬 4월 이슈특강 후기 (남기정, 강유진)

재단활동 2023. 05. 15





강연자 남기정

지난 3월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을 발표하고, 열흘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에서 이를 공식화했다. ‘제3자 변제’라는 편법으로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우울하게 짓눌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때 마침 봄이라고 찾아오긴 했으나 마음은 더욱 스산하고, 봄마저 빼앗겼다는 상실감에 때때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울과 분노에 갇혀 있다가는 병을 얻을 수 있다. 발버둥이라도 쳐야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고, 그제서 함께 견디는 사람이 곁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숨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일상에서 작은 희망을 만드는 일이 우울을 병으로 만들지 않는 길임을 안다. 그 일을 오랫동안 묵묵히 해 온 노회찬 재단에서 강연 의뢰 전화가 왔다.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3월 이후 갑자기 많아진 일에 몸은 무거웠으나,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강연하러 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쳐 있을 저녁 시간임에도, 강연 참석자들은 곧은 자세와 강렬한 눈빛으로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크기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강의를 마치고 재단을 나서는 발걸음은 더욱 가볍게 느껴졌다. 그 자리에 함께 해 주신 ‘사람’들이 고민의 무게를 나줘 가지신 대신, 우울을 이겨낼 희망을 나눠 주셨기 때문이다. 노회찬 재단에서 ‘사람’을 만나 우울보다 희망이 큼을 깨닫는다.



참석자 강유진

강연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봉인된 역사, 봉인 해제된 지정학'. 남기정 교수님은 최근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시간과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와 지정학을 키워드로 일련의 사태가 무엇을 의미하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풀어내셨다. 청산돼야 할 과거사, 한일 화해를 위해 마땅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봉인해버리고 일본의 지정학이 봉인 해제된 현실을 마주했다.

한일 역사는 1965년으로 되돌아갔다. 경제적 가치라는 핑계로 안보와 경제협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역사 청산을 뒤로 미뤘다. 자주와 근대가 비례적으로 발전할 수 있음에도 또 다시 자주성을 포기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본의 불법 식민 지배에 대한 논리적 귀결로 내린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 판결을 무력화해 일본이 주장하는 국제법 위반의 해석의 여지를 만든 것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지켜야 할 마지노선을 건드린 셈이다. 

일본에서 거론되는 ‘극동 1905년 체제’도 위험한 지정학 발상이었다. 일본의 동양평화론을 명분으로 한반도를 장악하려 한 이토 히로부미를 칭송하고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였다. 안중근 의사의 총성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고 반론하는 건 진정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진실도, 사과도, 화해도 없이 제자리 걸음만 할 뿐이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노회찬 재단에서 마련한 이번 특강을 통해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함을 절감했다. 현 정권의 반노동, 반환경, 반인권적 행태를 비롯해 처참한 대일 외교를 목도하면서 역사,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내가 서 있는 지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누구나 특강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어 나의 무지함을 깨워준 노회찬 재단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월간노회찬 4월
"한일 정상회담 : 봉인된 역사, 봉인 해제된 지정학"
- 남기정(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 강의 다시보기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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