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재단 소식

[민들레(49호)] 특별기고 - '평전 기획위원회' 4년의 동행을 마무리하며 (김창희, 평전기획위원장)

재단활동 2023. 06. 16





특별기고

'평전 기획위원회' 4년의 동행을 마무리하며

- 김창희 (노회찬평전 기획위원장)



『노회찬 평전』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노회찬이 세상을 버린 지 5년 만이고, 그가 세상에 남긴 흔적을 갈무리하기 위해 ‘평전기획위원회’를 구성한 지 4년 만의 결실입니다. 

그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작업을 했습니다. 노회찬재단은 노회찬의 말과 글과 행적을 모아 ‘노회찬 아카이브’를 구성했고, 이 평전의 저자인 이광호 씨는 그 아카이브의 내용에 노회찬의 가족, 동지, 친구들의 기억을 보태 방대한 원고를 정리했으며, 기획위원회는 이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과정을 함께한 모든 이의 노력이 이 한 권의 평전에 모여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평전은 노회찬이 이 세상에서 보낸 예순두 해 삶의 기록입니다. 우리는 그가 ‘살맛 나는 세상’,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이루기 위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으며 어떤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무슨 기획을 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어떻게 사랑하고 무엇을 이루었는지 혹은 이루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눈에는 노회찬이 기뻐했던 일과 고민했던 사안도 들어왔으며, 그가 정말 원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일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모든 일을 한데 모아 노회찬의 삶과 꿈을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이 평전의 기본적인 목표였습니다. 그렇게 노회찬을 되살려낼 수 있다면 안타깝게도 중도에 부러져 미완으로 끝난 그의 삶과 꿈을 가능태 혹은 지향점의 형태로 우리 곁에 다시 불러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노회찬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치의 깃발을 굳게 붙들고 나아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평전의 몇 가지 지향점을 마련했습니다. 그중 첫째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있는 그대로 기술한다’는 원칙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위인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이 그런 식의 전기가 된다면 가장 먼저 반대할 사람이 노회찬 자신일 것입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한 노회찬의 고민과 그 과정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결단, 그에 따른 인간적 고뇌와 극복의 노력 등이 그의 삶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기조였고 이 책이 바로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독자들이 이 책에서 사실상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상식적인 인간이면서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꽤나 고통스럽게 밀고 나갔던 인간 노회찬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 다음으로 ‘2023년 현시점의 정본(正本) 전기’를 지향하고자 했습니다. 노회찬의 전기 또는 평전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쓰일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만큼 그의 생각과 행동의 폭이 넓고 웅숭깊으며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시사점을 끊임없이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겨우 그의 5주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 비로소 추모의 시기가 지나고 노회찬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적 거리를 확보한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노회찬에 대해 쓰일 수 있는 ‘첫 평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문제의식과 자료 수집 능력의 범위 안에서 우리가 노회찬재단과 함께 최대한 나아갈 수 있는 지점까지 취재와 집필 작업을 하고자 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첫 평전’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기를 바랍니다.

평전기획위원회의 지향점을 한 가지 더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운동’이 아니라 ‘사람’을 보여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노회찬의 삶을 어떻게 혁명적 노동운동 또는 진보적 대중정당 운동과 분리해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우리의 관심은 그 ‘운동사’가 아니라 그런 운동의 과정을 온몸으로 겪어낸 노회찬의 삶과 꿈이었기에 이를 둘러싼 이야기들 가운데 필요한 부분만 간추리고 나머지는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절양장처럼 이어져온 2000년 이후 진보정당의 흐름과 각종 선거의 역사는 그 흐름 속에서 우리가 주제의식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소개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 이 평전입니다. 이 책이 노회찬을 얼마나 잘 보여줄 수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대하는 바는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지금 노회찬이라면 뭐라고 말할까?”라고 묻곤 합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재와 미래의 문제적 상황은 과거의 그것과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회찬이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고민하고 이러저러하게 생각을 진전시켜나갔을 것이라는 시사점만은 충분히 제공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펴내는 시점에 우리의 고민을 한 가지 고백합니다. 이 책이 과연 말 그대로 ‘평전’이냐, 아니면 ‘전기’냐는 문제입니다. 당초 이 책이 저자의 문제의식과 일정한 가치판단이 담긴 평전으로 기획된 것은 사실입니다. 또 일정 부분 그렇게 기술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노회찬의 삶을 다룬 ‘첫 평전’이기에 저자는 자신의 판단을 적절히 자제하고 사실관계의 맥락을 최대한 부각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평전과 전기의 중간 지점 어딘가에 위치합니다. 이를 감안하고 읽어주면 고맙겠습니다.

우리 평전기획위원회는 2019년 5월에 발족해 꼭 4년 동안 가동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함께해온 기획위원들은 노회찬 삶의 일정 단계에서 그보다 더 긴 시간을 함께했거나 그 단계를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다고 보아 노회찬재단이 위촉한 분들로, 권우철, 김윤철, 김진희, 김창희, 윤영상, 전홍기혜, 조현연, 최영민 씨 등입니다. 그동안 조돈문 전 이사장과 조승수 현 이사장, 김형탁 사무총장이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고, 박창규 전 실장과 박규님 실장은 기획위원회와 소통하고 지원하는 큰 수고를 도맡으셨습니다. 

이 평전의 저자인 이광호 씨와 기획위원들도 이제 몇 년에 걸친 노회찬과의 동거, 동행을 일단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독자의 자리로 옮겨 앉아 이 책을 살펴보겠습니다. 노회찬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그의 꿈을 널리 퍼뜨리는 일에 과연 이 책이 도움이 될지도 따져보겠습니다. 그것은 여러 독자들과 함께 이렇게 묻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 노회찬이라면 뭐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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