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50호)] 5주기 특집 - 5주기 추모주간을 맺으며
5주기 특집
5주기 추모주간을 맺으며
-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7월 22일 11시 서럽도록 시린 하늘이 잠시 열린 사이, 마석 모란공원에서 5주기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추모제에 앞서 멋글씨 예술가 강병인 선생은 현장에서 먹으로 노회찬 5주기 추모 슬로건 “같이 삽시다, 그리고 같이 잘 삽시다”를 굵은 획으로 써나갔습니다.
예년과 달리 5주기 추모 슬로건은 회원들의 선호 투표를 통해 결정하였습니다. “같이 삽시다”는 노회찬 의원의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온 말입니다. 그건 불평등한 세상에 대한 고발이었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좋아한 말에는 함께 해야 할 사람이 늘 들어 있었습니다. 신영복 선생이 쓴 “함께 맞는 비” 액자는 사무실을 옮기면서도 늘 걸려 있었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 있는 6411 투명 인간에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안타까움과 죄송함은 6411 버스 연설로 나타났습니다.
6월 27일부터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5주기 추모 전시의 주제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 밤이 깊으면 별은 더욱 빛난다)”도 그러합니다. 여기서 별은 홀로 빛나는 별이 아닙니다. 보통은 잘 보이지 않아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지만, 밤이 되면 그 존재를 드러내는 무수히 많은 별을 말합니다. 해도 달도 없는 캄캄한 밤이면 그 무수히 많은 별이 길을 걷는 사람의 빛이 되어 줍니다. 별은 길동무가 됩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아니 앞날이 잘 예측되지 않는 시대입니다. 저 역시 갑갑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의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이럴 때 흔히 위대한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하지만, 노회찬 의원은 그러지 않고 수많은 별이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가난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사람, 그 사람들이 빛을 모아 길을 내야 하는 시대입니다.
<노회찬평전>이 나왔습니다. 기획을 시작한 지 햇수로는 5년 만이고, 집필을 시작한 지 만4년 만입니다. 이광호 작가가 222명을 인터뷰하여 각자의 기억을 재구성하고, 객관적 사료로 고증하였습니다. 노회찬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잘 아는 사람도 없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노회찬평전>의 출간으로 그의 삶 전체를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노회찬이라면 어떻게 말했을까?’라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곳곳에서 발견합니다. 이제 평전 발간을 계기로 ‘노회찬은 이럴 때 무엇을 바라보았을까?’라는 질문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회찬재단은 5주기를 기점으로 재단의 길을 다시 점검하고, 성찰하면서 더 많은 길동무와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합니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별이 같이 어울려 조화롭고 아름다운 빛을 발할 수 있는 길입니다.
“노회찬이 말한 목표의 ‘불변성’은 흔들리지 않는 바위보다는 나침반의 바늘 같은 것이었다. 나침반의 바늘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는 바늘은 방향을 알려줄 수 없다. 그의 불변성은 부동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의 ‘지속’에 더 가까웠다.(노회찬평전, 482쪽)”
그 길은 변화된 상황에서 변하지 않으려는 고집보다는, 변화된 상황에 맞는 길을 찾으려는 일관됨에서 발견되리라 생각합니다.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향해 나침반은 흔들리며 그 방향을 알립니다. 우리는 고립무원의 벌판에 던져지지 않았고, 길을 걷는 사람 속에 놓여 있습니다. 밤이 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별을 이룹니다.
5주기 추모제에 애써 주신 모든 분께 마음 모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추모주간에 새로이 노회찬재단의 후원회원으로 참여해주신 1천3백여 명의 신규회원께도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