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50호)] 5주기 특집 - 모든 국민이 <노회찬평전> 한 권씩은 갖고 있는 나라
5주기 특집
모든 국민이 <노회찬평전> 한 권씩은 갖고 있는 나라
- 박규님 (노회찬재단 운영실장)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모든 국민이 <노회찬평전> 한권씩은 갖고 있는 나라
노회찬 5주기 추모주간이 끝나자 지리한 장마도 함께 끝났다. 그리고 폭염의 시작이다. 폭염 속에서 재단은 추모주간을 정리하며 1만후원회원(현재 8천 8백여명) 시대를 맞기 위한 하반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어딘가에 있을 아름다운 1천 2백명의 길동무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 늘 반복되는 일이지만 행사 후엔 늘 회한과 아쉬움만 남는다.
1. 추모전시회
후원회원들의 투표로 마음을 모은 슬로건 “함께 삽시다. 그리고 잘 삽시다” 5주기 추모주간(6월 27일 ~ 7월 28일)은 강상구 특임이사가 콘텐츠를 맡은 온라인추모전시회<투명인간과 함께,노회찬!>과 아름다운청년 전태일 기념관에서 열린 추모전시회<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납니다>로 문을 열었다.
5주기 전시회는 지난해처럼 재단 사무실 내에 있는 ‘노회찬의 서재,봄’에서 주제전시를 하고 평전작가와 평전에 등장하는 지인들과의 북토크로 소박하게 준비하자는 게 연초 사업계획이었다.
그래도 5주기인데...추모행사를 점검하는 4월 월간회의에서 조동진 실장의 제안으로 추모전시회를 공간대관을 통해 규모를 갖춰 진행하자는 논의로 모아졌다. 새로운 기획보다는 4년 동안 진행했던 다양한 추모행사를 5주기에 열거형태로라도 담아보자는 취지였다. 다행히 전태일기념관의 1층 시민전시실과 2층 울림터 출입구 한쪽 벽면이 할애되었고, 전시기간동안 울림터 공연장 사용까지 가능했다.
<문화인 노회찬> 컨셉으로 소장미술작품과 노회찬의 유품전시회로 가닥을 잡고 권태현 독립기획자의 총괄기획으로 타기관에 몸담고 있는 학예사 세 분의 자문을 받으며 <5주기 추모전시회 기획팀>을 꾸렸다.
노회찬 일대기를 다룬 평전이 발간되는 5주기 추모전시회지만 일대기를 다 다루기에는 협소한 전시공간과 절대적으로 부족한 준비기간으로 인해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납니다>를 주제로 노회찬 정신의 형성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공개되지 않은 유품과 한애규, 신영복 선생의 서화등 예술소장품을 중심으로 여섯 개의 섹션으로 조명했다.
<노회찬 평전> 섹션인 연보섹션에서는 일대기를 비교적 상세하게 구성했다. 어린시절부터 지하에서 지상의 혁명을 꿈꾸며 용접기술을 배우고 전국의 노동현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인민노련을 결성하고... 노회찬이 세상밖으로 나오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던 시기의 미공개 유품 14점을 선별하여 전시했다.
연계행사로 준비된 평전출간 기념 북토크와 다큐영화<노회찬6411> 특별 상영회에도 많은 시민들이 관심갖고 찾았다. 무엇보다도 기간내내 <노회찬평전> 홍보부스 운영을 포함한 전시관 안내를 도맡아주신 자원활동가들이 없었다면 2주간의 전시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재단이 전시공간을 갖게 된다면 이분들이 ‘노회찬 해설사’쯤 될 것 같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어두울수록 서로를 빛내는 존재들을 다시금 떠올리고자 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은 시대에 별하나 별둘...별들을 모아 길을 만들고 그들과 늘 함께 있었던 노회찬을 다시 호명하고자 했다. 별자리로 형상화된 전시회는 민동인 그래픽디자이너의 젊은 감각으로 잘 표현되었다. 시트지에 인쇄된 글자를 한자 한자 커팅해서 붙였던 레터링을 2주만에 한자한자 철거하는데 마음이 쓰라렸다. 전시회에 들인 정성과 품에 비해 너무나 짧았던 전시 기간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2주기에 나온 헌정음반 <새벽첫차6411>을 연계행사에서 담아내지 못한 게 무엇보다도 많이 아쉽다. 이 음반을 기획했던 김현성 작곡가께도 큰 결례를 범한 듯 무거운 마음 가득하다.
2. 지역별 추모행사
3기에 접어든 재단은 올 초에 17개 광역시도별 담당자를 중심으로 운영위원회를 재편했다. 5주기 추모행사는 15개 광역시도에서 ‘평전 북토크’ 등 크고 작은 29개의 행사를 전국에서 진행했다. 추모굿즈 황동책갈피와 후원회원 가입서를 나누며 평전을 홍보했다. 운영위원회의 주요 임무인 지역모임 구성의 초석을 다진 셈이다. 첫 사업을 성공적으로 기획하고 이끌어 주신 운영위원 여러분과 회원여러분께 감사드린다.
3. 5주기 추모제
폭우가 예보되어 있던 마석모란공원 추모제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사전행사로 예정되어 있던 ‘강병인 캘리그라퍼의 슬로건 퍼포먼스’는 비가 내리면 진행할 수 없는 행사여서 포기하던가 다른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퍼포먼스는 지난해 11월 18일, 강병인글씨연구소<술통>을 찾아 오래 전에 확정된 일정이었다.
추모제를 축소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일부 구성원의 우려 속에서 강병인 선생님과 그리고 사무처 동료들과 여러차례 논의 끝에 선생님으로부터 슬로건 멋글씨를 미리 받았다. 트러스백월용 현수막에 인쇄하여 ‘슬로건 제막식’으로 급변경하여 준비했다. 머리를 맞대니 그나마 최상의 아이디어가 나온 셈이다. 다행히 화창한 날씨의 도움으로 일필휘지 멋글씨 퍼포먼스까지 있는 5주기 추모제가 되었다. 강병인 선생은 노회찬 묘비명과 2022년도 ‘노회찬의 말글달력’ 13폭을 써 주신 분이기도 하다. 정의당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마석 추모제는 천막설치에서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올해는 특히 팀웍이 돋보인 행사였다.
4. <노회찬평전> 출간
노회찬 전사를 포함한 일대기를 담은 <노회찬평전>이 출간되었다. 만4년동안 노회찬과 동거 동행 했던 평전기획위원회와 이광호 작가가 애 많이 쓰셨다. 노회찬을 잃고 먹먹해 있을 때 시작된 작업이니 힘든 시기를 온몸으로 떠 안고 견뎌낸 분들이다.
가제본판이 나온 후 책거리를 겸한 마지막 평전기획위원회를 6월 22일 갖었다. 그 자리에서 위원들은 이구동성 ‘<마지막>이라는 말은 싫다. 너무너무 섭섭하고 아쉽다...’ 짐을 하나 벗어 홀가분할텐데 아쉽다니...참 이상한 분들이다.
추모전시회 준비하느라 휴일도 없이 지낼 무렵 평전 초판이 발간되었다. 초판 1쇄가 발행되었는데도 4년동안 애써주신 기획위원들께 책을 보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전시회를 마무리하고 나서야 놓쳤던 분들이 생각났다. 그때서야 기획위원들께 쑥스럽게 보낸 두권의 책은 1쇄도 아니고 2쇄도 아닌 3쇄였다. 늦게라도 보내줘서 감사하다고 오히려 인사를 한다. 4년동안 노회찬과 동거하더니 모두 노회찬을 닮아있다.
김창희 평전기획위원장은 추모제에서 “이제 이 평전을 5주기를 맞는 노회찬 의원의 영전에 바치면서, 이 한 권의 책이 노회찬을 기억하고 그의 뜻과 꿈을 이어가 이 세상을 지금보다 한 뼘만큼이라도 더 인간미가 흐르는 세상, 더 이상 투명인간들로 인해 슬퍼하지 않는 세상, 그리고 같이 잘 사는 세상으로 만들고자 결심하는 모든 이들에게 딛고 올라설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노회찬으로 하여금 부활케 하는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고 헌정했다.
그렇게 <노회찬평전> 이라는 무기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교과서가 만들어진 셈이다. 재단은 이제 두려울 게 없다. 평전출간 후 이광호 작가는 전국을 돌며 북토크에 여념이 없고 이는 당분간 지속 될 것이다. 평전 출간으로 재단은 더 풍부하고 다양한 사업을 기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평전에 인용한 객관적 근거사료를 일목요연하게 아카이브 하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도 최우선으로 해야할 일 중의 하나이다.
출판사에서 1쇄 2천부, 2쇄 5천부, 3쇄 5천부를 찍었고 이제 4쇄를 찍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연락왔다. 올해가 가기 전 3만권만 찍었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600페이지 짜리 정치인 평전이 에세이처럼 술술 읽힌다고 ‘이상한 평전’이라고 말한다. 강제윤 시인은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한번 손에 잡으면 놓기 어려운 점이라고 지적을 한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 <노회찬평전> 갖기 범국민운동 제안 카피를 작성해 본다. 쓰다보니 또 ‘노회찬어록’을 패러디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모든 국민이 <노회찬평전> 한 권씩은 갖고 있는 나라
모든 국민이
왼손엔 ‘악기’ 하나
오른손엔 ‘노회찬평전’ 한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