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후원회원 이야기

인생 최초의 투쟁

지난 7월, 정치학교 4기 동기들과 함께 재단에서 주최한 노회찬 평전 출간 기념 북토크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뒤풀이 자리에서 영광스럽게도 저희 동기들은 저자이신 이광호 작가님과 동석하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작가님께서는 저에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인생 최초의 투쟁이 무엇입니까?” 잠시 (2초 정도) 생각을 해 보았는데, 답은 매우 명확했습니다. “이혼입니다.”

사회에서 저를 알게 된 사람들은 저는 저의 투쟁적인 모습을 익숙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저는 가까운 관계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리더십 있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끼고,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최종결정은 잘 못하며 의견을 수용하고 조력하는 일이 적성에 맞습니다. 심리학과 교육에 관심이 높은 저는 부모님의 잦은 싸움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10년의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싸움을 피하기만 하고 살았습니다.

큰아이를 출산하게 되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던 저는, 프로그래머라는 전문성을 살려서 재취업을 하려면 보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전남편의 권유로 시부모님과 합가하게 된 이후로 저의 모든 의견은 소수의견이 되었고, 기나긴 시간 동안 이성과 논리에 기반한 설득과 권유, 감정에 기반한 호소를 해 왔지만 그 어떤 것도 소용없이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그 가정 내에서 겪은 일들을 적으려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할 테지만 가장 상처였던 점은, 저의 부모님이 1980년에 광주에 계셨다는 것을 말했음에도 이승만, 박정희를 추앙하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견제받지 못하는 권력’이 그곳에 속한 사람들에게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지를 가정 내 권력구조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1년여의 이혼소송 과정, 그리고 양육권을 뺏긴 후 최근까지도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며 아이들 아빠의 비교육적인 태도를 고쳐낸 일련의 과정들은, 2021년부터 2년간 노동조합 상근 간부로 일하게 되면서 배우게 된 투쟁의 방법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꾸준히 설득하며 명분을 쌓고, 인내심 있게 자료를 수집하며 갈등을 견디고, 명분과 자료가 충분하면 두려움을 딛고 무섭게 화를 내는 것. 2022년 네이버지회의 투쟁 당시, 저는 게임 방식 투쟁 아이디어를 내거나 집회의 분위기를 띄우는 등 공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애썼던 그 과정에서 커다란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바로 저번 주, “너 없이 행복하게 잘 사니까 간섭하지 마”라던 아이들 아빠는 비로소 제가 전달하는 교육자료들에 고마워하며 아이들을 어떻게 잘 키우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모습에 아이들은 모처럼 신이 났고요.

제가 가장 힘들 때는 “내가 사회 부적응자일까”는 생각에 잠식될 때입니다. 가정, 직장, 친구, 심지어 같은 노동조합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저는 다수와 다른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정치학교 4기 과정을 시작할 때도 그런 괴로움에 빠져 있었습니다. 진보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사회를 다각적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고, “정말 내가 이상한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각자가 속한 사회 속에서 저와 같은 감정을 느껴온 많은 동기 분과 재단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은 사회 속에서는 우리는 모두 혼자였지만 더 큰 사회에서 만나게 된 우리는 함께였으며,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생후원회원이 되었습니다. 노회찬재단은 저에게, 각자의 자리에서 사람을 위해 애쓰는 우리들이 지치지 않기 위해 함께라는 힘을 얻어갈 수 있는 하나의 안식처입니다. 그리고 보다 더 많은 우리들이 그러한 힘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동시에 아무리 커지더라도 지금의 이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후원회원이 되던 날 말씀드린 대로, 저는 노회찬재단이 변하지 않도록 평생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겠습니다. 모든 힘에는 견제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


조아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수도권지부 성평등위원회 /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 / 네이버클라우드 근로자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