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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53호)] 문화인 노회찬 - 환대를 따라 하고 싶어짐

재단활동 2023. 11. 13





문화인 노회찬

환대를 따라 하고 싶어짐

 


+ 현수막

행사 마치고 뗀 현수막을 이대로 버리기 아쉬운 마음, 오랜만이었다. 나중에 버리더라도 일단 현수막 잘 접어서 포스기 위 서랍에 넣었다. 


+ 기획

 <맛객 노회찬의 꿈>, 정의당청년모임 ‘789’가 주최하는 행사였다. ‘사적 친목회’임을 유독 강조하시던데, 이분들의 기획과 진행 실력은 믿을 만하다. ‘<노회찬평전> 북토크, 이광호 작가와 청년이 모이는 자리, 노회찬 의원의 서사가 있는 음식과 하는 행사’를 하려는데, 우리 가게를 대관하고 싶다고, 9월 첫째 주에 문의를 주셨다. 행사는 10월 28일 토요일이다. 

주말 저녁에 통으로 가게를 내어주었다고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하셨지만, 전혀 그럴 게 없는 게, 난 그날 내 방식의 ‘장사’를 했다. 원래 이 가게가 이런 식으로 쓰이길 바란다. *나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작은 주점을 운영하고 있다. 개업한 지 반년이 되지 않았다.

나와 실무적 소통을 나눈 분은 환대할 줄 아는, 그런 면에서 내가 생각하는 노회찬을 닮은, 멋진 사람이다. 또 일도 척척 잘 하셔서 내가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 나는 그저 노회찬의 서사가 있는 음식을 차리면 되었다. 다시 한번 내 생각을 존중해 준 ‘멋진 사람’에게 감사드린다.


+ 음식

구상할 시간이 한 달 정도 있었다. <음식천국 노회찬>이란 책을 장사하는 틈틈이 읽었다. 책에 소개된 식당 중에는 그냥 아는, 선배들이 소개해준, 또 내가 ‘노원 병’ 주민으로 가본 곳이 몇 곳 있었다. 또 마침 경남 갈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창원의 짬뽕집을 찾아갔는데, 거기 백짬뽕, 대단하더라. 쓱 보니까 음식에 대해서는 노회찬과 많은 부분 견해를 같이 했다.

내 나름대로 라인업을 짰다. 프로그램 중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날 음식은 ⓐ 환대, ⓑ 경남·부모님(함경남도), ⓒ 해산물, ⓓ 불판, 이렇게 네 키워드를 두고 차렸다. 

순서는 이러했다. ① 웰컴 푸드가 나오고, ② 하나씩 집어드시라고 충무김밥&오징어무김치·가자미식해, ③ 제철을 맞은 남해 바다의 전어회, ④ 불판은 아니지만 우리집 철판에서 한 굴&삼겹살구이, ⑤ 입이 짤 것 같아서 과일, ⑥ 마지막으로 가게 메뉴 중 맛만 보시라고 육회김밥을 내었다. ‘이유 없는 반찬 없다’가 모토(motto)인 우리 가게이다. 차린 음식마다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하나만 이야기하라면 웰컴 푸드이다. 


++ 환대

내가 생각하는 노회찬은 ⓐ 환대하는 사람이다. 타고난 분위기, 하는 말, 쓰는 마음이 그렇지 않나. 누가 뭐래도, 내게 노회찬은 그렇다. 그날 환대는 웰컴 푸드에 많이 담았다.  웰컴주는 소맥으로, 오신 분들 시원하게 한 모금 축이라는 마음이었다. 소주는 ‘진로이스백(2019)’와 ‘새로(2022)’를, 맥주는 ‘테라(2019)’와 ‘켈리(2023)’을 골랐다. 2018년 7월 이전에는 없는 소주와 맥주이다. 이런 것도 모를 노회찬에게 한 잔 말아드리고 싶었다. 국물로 ‘통조림 참치로 끓인 미역국’을 냈다. 노회찬의 젊은 날, 그의 집은 사랑방이었다고 한다. ‘그 무렵 우리나라에 참치 통조림이 처음 나왔는데’ 노회찬은 집을 찾은 손님들에게 참치 통조림 미역국을 냈다고 한다. 나는 그 대목에서 그때의 그가 낼 수 있는 환대의 마음을 느꼈다. 수십 년이 지나 나에게까지도 닿은 그 마음을 따라 나도 끓여봤다. 그날 오신 분들, 특히 그때 싱숭생숭했을 텐데, 조금이라도 환대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 환대할 걸 그랬어

6년 전쯤 한 강의에서 노회찬 의원은 강사로, 나는 실무자로 뵌 적이 있다. 필요한 서류 받고 마이크 채워드리는 게 전부였지만, 괜히 불편하실까 팬심을 숨기고 무심하게 굴었다. 더 이전에는 내가 30년 산 ‘노원 병’으로 노회찬 의원이 와서 몇 번 우연히 마주칠 수 있었다. 유세 때는 하루에 두 번도 봤다. 친구들과 샤부샤부 먹는데 그 식당에서 보고, 2차 치킨집 가는 척 노회찬 유세 일행이 가는 방향으로 거리를 둔 채 따라간 적도 있다.

시간이 지나, 그가 부담스러워하든 말든, 한 번은 ‘정말 좋아한다고 힘을 전할걸, 나도 그에게 환대를 전할걸’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음식을 차리면서 여러 생각했다. 하길 잘 했다. 또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으면 좋겠다. 재단이 이미 많이 애쓰고 계시지만, 재단도 노회찬으로 무언가 해보려는 이들을 잘 살펴주고 환대해 주시길 바란다. 


- 김치범 (주점 안주하는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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