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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54호)] 이슈특강 해열제 4회 기획자 후기

재단활동 2024. 01. 05




 

이슈특강 해열제 4회 
우리나라 의사, 충분한가? – 필수 의료 공백과 의료 상업화, 그리고 공공 의료 (우석균 공동대표)

강연 영상 다시보기 (youtube)


지난 13일, 또 한 분이 억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몸에서 오는 신호가 심상치 않아 찾아간 병원 응급실. 그곳이 70대 어르신의 마지막 외출이 되어버렸습니다. 소아과 전문의가 없어 응급실을 전전하던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고 난 후, 다시는 없길 바라던 억울한 죽음이 강원도 한 병원 응급실에서 또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주 일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의사협회는 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우리가 겪는 의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물론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의사의 수가 늘어난다고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앞서 목격한 의료 공백으로 인한 죽음, 병원이 사라지는 지방, 의료 서비스 수도권 과밀화, 특정 전공과 기피 현상, 과잉 진료에 따른 의료비 상승, 감염병 대응 병원 부족 등 개인의 건강과 사회의 보건을 위협하는 산적한 문제들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사 수라는 단순히 ’양(量)’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떤 의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라는 ‘질(質)’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의사라는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의료와 보건이라는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얽히고설켜 오도가도 못하는 틈을 타, 의료 민영화라는 유령이 파고들었습니다. 소아과 오픈런을 불편함으로 격하시켜 돈을 받는 예약 구독 서비스를 “혁신”으로 포장합니다. 지방의 의료 붕괴를 막자고 하니 서울의 의사가 원격으로 진료할 수 있게 하며 그것이 이른바 “4차 산업혁명” 대응 정책이라고 포장합니다. 정부가 내놓는 개선책마다 의협은 의료수가 인상만이 만병통치약인 듯 몰아갑니다. 코로나19 감영병 사태를 겪으며 드러난 공공 보건 체계와 지역 보건을 위한 공공의대는 “능력없는 의사 양성”, 더 심하게는 일부 정치세력의 자녀를 위한 “음서제”라 가짜뉴스를 퍼뜨립니다. 

긁어부스럼 만들지 말고, 의도가 의심되고, 구멍이 숭숭 뚫린 졸속 대책으로 보이는 “의대 정원 확대”, 그저 감사하게 여기며 “그래 이정도라도”라며 만족해야 할까요? 늘어난 의사가 전부, 비급여항목이 넘치는 피부과, 성형외과로 몰리고, 환자의 불안감을 이용해 인공관절을 권하고, 부작용은 숨기고 라식, 라섹을 하루에 수없이 찍어내는 안과의만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일까요? 그래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나라 의사, 충분한가?” 그리고 “충분”의 의미를 숫자가 아닌 ‘질’과 ‘시스템’의 관점으로 살펴보려고 했습니다. 

우석균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오래된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공공의료인가?” 그리고 “의료의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전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것으로 공공의료는 이미 달성인가?” 선생님은 말합니다. 의대 정원이라는 숫자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그리고 이것은 실력 없는 의사가 의대를 갈 수 있게 하는 능력주의, 입시의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빠른 사회 변화와 기존 의료 제도의 벌어져 가는 간격을 의료 혁신, 4차 산업 혁명, 국가 경쟁력, K의료 등을 내세우면 의료 민영화, 즉 시장 자본의 탐욕으로 훼손된 의료 공공성의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숫자의 문제가 아닌 의료의 의미와 가치라는 방향성의 문제임을 지적하는 우석균 선생님의 강연.지금 겪는 문제가 의료 공공성에 대한 침해와 훼손에서 비롯되었다는 포인트로 이슈를 들춰낸 이번 강의를 마무리 하며 든 생각을 적어봅니다. 

- 공공성이란 공동체 구성원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필수적이고, 필요하기에 국가라는 공공이 맡아 책임진다. 의료는 공동체 구성원의 건강과 공동체의 보건을 맡은 영역이다. 그런데 그런 의료를 공공이 아닌 시장에 맡긴다면, 그것이 국방을 국가의 정규군이 아닌 민간 시장의 용병 기업에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

의료의 본질적 가치와 성격, 그리고 그것을 어떤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수행해야하는가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 이종민 (노회찬재단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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