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 설립 5주년
재단의 사명을 다시 생각합니다.

- 김형탁(사무총장)


요즈음 창밖 하늘을 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머릿속에는 앞으로 재단이 어떠한 길을 걸어갈지 여러 생각이 떠다닙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온 길을 되돌아볼 때는 어떠한 사건이나 시간의 계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1월 24일은 재단이 공식 창립한 지 5년이 되는 날입니다. 5년이라는 시간은 온 길과 갈 길을 견주는 계기로 충분합니다. 어떻게 질서를 잡을지 가늠하기 힘든 정치도 재단이 직접적으로 마주해야 할 현실입니다. 다가올 총선 역시 재단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도전에 나서야 할 계기입니다.

지난 5년간 재단은 노회찬 정치학교의 운영과 6411 투명인간의 목소리를 알리는 데 힘써 왔습니다. 네 차례에 걸쳐 노회찬상 수상자도 탄생하였습니다. 그사이 재단은 후원회원 9천 명이 넘는 조직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재단에 대한 홍보가 많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가운데서도 이렇게 꾸준하게 재단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회찬에 대한 기억을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힘으로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연말 재단 후원회원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올해 들어 일반 시민들에게도 노회찬 재단의 사명과 비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사명(미션)은 조직의 존재 이유, 조직의 목적과도 같습니다. 사명은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고 긍정할 수 있는 한마디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합니다. 비전은 그 사명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5년 뒤 재단은 어떠한 모습이 되어야 할지 분명해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사업목표와 전략이 만들어집니다.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수의 회원이 연대를 재단의 핵심 가치로 꼽고, 재단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업을 수행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저는 이 사회의 다수를 이루는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가 구체적인 힘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는 것이 재단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전에 노회찬 의원은 사회적 약자에게 투명정당이나 다름없는 진보정당은 그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그 정신은 재단 활동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노회찬재단의 회원은 단일한 기준으로 분류할 수 없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정치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재단의 회원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이유는 노회찬 의원이 사용한 언어의 보편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와 닿고 웃음을 머금게 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가진 말을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치를 상상하고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떠났지만 정작 우리는 상실이라 느끼는 이유는 그를 통해 힐끗 볼 수 있었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단일한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어느 가치도 동의 없는 특권을 누릴 수 없습니다. 힘은 주장의 날카로움에 있지 않고 다수의 동의에 있습니다. 노회찬의원이 정치적 입장을 떠나 박수를 받았던 데에는 그가 상식과 보편성을 가지고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과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으로는 소수이지만 사회를 실질적으로 형성하는 다중의 목소리를 대변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했던 것처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와 진보적 가치의 보편성을 획득하는 일 역시 재단의 과제입니다.

재단에 바라는 회원들의 목소리는 다양합니다.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분도 계시고, 재단이 좀 더 과감하게 정치적인 주장을 하라고 요구하는 분도 계십니다. 모든 요구에 재단은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재단의 임원과 사무처가 요구의 대행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함께 길을 찾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소통의 공간과 방식을 새로이 찾겠습니다.

마치 밤이 깊을수록 별이 빛나듯 지금까지 우리는 마음 하나하나를 모아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믿음을 단단하게 매듭지어 오고 있습니다. 최근 재단이 요청하면 나서서 도울 생각이 있다는 회원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래서 2024년은 재단이 부쩍 성장한 한 해로 기억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