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58호)] 노회찬정치학교 기본과정, 다섯번째 씨앗을 뿌립니다
얼마 전 총선이 끝났습니다. 수차례의 여론조사와 수많은 말과 말이 부딪혔고 우리 사회는 뜨거워졌습니다. 말이 쌓이고 부딪히고 엇갈리며 열을 내지만, 공허했습니다. 오고 가는 말과 말이 교차하면 만든 공간, 그 공간은 비어 있었습니다. 청년들이 느끼는 미래의 캄캄함, 하루하루를 버티는 노동자의 고단함, 채울 수 없는 장바구니의 가벼움, 소리치지만 들리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함, 제도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무력감, 차별과 혐오 속에 상처받는 이들의 쓰라림. 이것들을 다룰 법과 제도의 돌파구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여론조사와 선거 공학의 화려함, 총선의 뜨거움은 사회적 약자에게 온기가 되지 못했습니다.
총선이 끝나고 시작될 노회찬정치학교 기본과정 5기. 이번 과정을 준비하는 내내 맴돌던 노회찬의 말이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적용되지 않는데 무슨 국민이냐. 일하는 사람의 70%가 헌법 바깥에 있는 나라 대한민국.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아직 조국이 아니다. 그냥 살고 있는 땅일 뿐.”
- 2004년 11월 30일 화요일
그 후 20년, 비정규직은 당연해졌고, 플랫폼과 통신기술의 발달은 분류하기도 힘든 기형적인 노동을 쏟아냈습니다. 슬프지만 헌법은 여전히 이런 현실과 현장, 그곳에 있는 이들에게 멀리 있습니다. 그 괴리가 바로 우리 청년 김용균이고, SPC공장의 제빵노동자며, 구의역의 청년수리공이었고, AI에 쫓겨 위험에 내몰리는 배달 노동자, 플랫폼으로 내몰린 프리랜서, 늘어가는 보살핌의 공백을 채워가는 돌봄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더욱 빨라진 기술의 발달 속에 정신없이 변하는 사회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생긴 공백 속에, 자본은 활개를 치고, 정치는 무력해지고, 사회적 약자는 늘어만 갔습니다.
이미 넓어진, 하지만 그대로 두면 더욱 커져갈 사각지대를 어떻게 하면 줄여 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버려지고, 자본의 횡포에 상처입은 이들에게 보호망이 되어줄, 다시 주권자이며 존중받는 인간일 수 있도록 동아줄 되어줄 정치는 어떤 것일까? 기본과정 5기를 이런 생각 속에 고민하고,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시작합니다.
- 이종민 (노회찬재단 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