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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소식지(5호) 수요일의 남자, 노르가즘 노회찬 (김선덕 후원회원)

재단활동 2019. 10. 02





노회찬재단으로부터 원고청탁 메시지를 받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할 말이 없어서요. 노회찬 의원님과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후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실행한 지 한 달여 만에 ‘노회찬의 진심’ 책선물이 도착해서 내심 저 자신에게 흐뭇해하고 있던 차에 날벼락 원고청탁이라니요. 못하겠다,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원고청탁을 거절하는 장문의 메시지를 여러 번 쓰고 고치고 하다가, 결국 메시지 보내는 걸 포기하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은 원고청탁을 거절하려던 이유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노회찬 의원님과 일면식도 없고, 그분의 지역구 주민도 아니며, 정의당 당원도 아닙니다. 제게 노회찬 의원님은 수요일의 남자였습니다. 노르가즘. 전 그 분이 게스트로 나오시던 아침 라디오 방송‘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시간나면 챙겨 듣던 청취자입니다. 

노회찬 의원님의 강연이나 방송, 의정활동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하시는 말씀들이 시원하고 명쾌하고 재미있고 따뜻했지만, 제 양심을 찌르는 말씀을 하실 때는 외면했습니다.  

노회찬 의원님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입니다. 일을 하다가 소식을 듣고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냥 가끔 제 마음에 드는 말을 하고 정치현안의 핵심을 제법 잘 짚어내는 정치인 정도로만 여겼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 마음으로 많이 의지하고 많이 좋아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잠시 이민을 생각할 정도로 정치에 실망했던 제게 노회찬 의원님의 말씀과 정치실천이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요. 찌는 더위도 느끼지 못할 만큼 오래 울고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 속 터지는 정치현안이 보도될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노회찬 의원님이 계셨다면 좋았겠다고, 많이 그립고 그래서 후회가 됐습니다. 어째서 미리 마음을 내지 못했을까 하고. 그저 마음으로만 이런 생각을 하고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노회찬 재단이 설립되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알고 나서도 꽤 오래 망설였습니다. 돌아가시고 난 후에 후원을 한다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습니다. 저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변명이지요. 방관입니다. 챙겨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노회찬 재단 후원자를 모집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번쩍 정신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노회찬 재단을 후원하고 계시고 또 앞으로도 많이 하시겠지만 저 같이 마음으로만 염을 내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게으르고 미련한 후원자에게 원고청탁이 온 겁니다. 너무 놀라서 이거 벌칙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거절의 말을 한참 고민하다가 벌칙이라면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고 이렇게라도 제 마음의 짐을 덜어보겠다는 심산인데 계산대로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재단에서 일하시는 분들 기운 빠지는 말씀이겠지만, 전 재단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선 저부터가 별달리 활동을 하지 못하는데 많은 것을 기대한다는 게 염치없는 일이니까요. 그저 한 가지만 제대로 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노회찬 의원님께서 제일 잘 하시던 일, 편 없는 사람들 편들어 주기, 위로해주기. 제가 수요일의 남자 노회찬 의원님께 받은 것도 그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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