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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활동

언제까지 죄송해 하고만 있지는 않겠습니다

2010. 01. 09

- 서울 용산구 남일당 앞 용산참사 희생자 노제 참석 (추모사)

 

대한민국 시민으로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가 이명박 정권의 살인 진압으로 주검이 되어, 열사가 되어 땅으로 내려오신 고 이상림 님, 양회성 님, 한대성 님, 이성수 님, 윤용헌 님, 지난 355일을 영하 10도의 냉동고에 갇혀 지내신 님들을 이제 우리는 얼어붙은 땅에 묻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 차가웠던 겨울의 한복판에 우리를 떠나 일 년이 지난 이 차운 겨울의 누리에서 다시 이렇게 마주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습니까. 옛말에 ‘이승을 떠난 한 많은 영혼은 구천을 떠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고인들의 영혼은 구천이 아니라 구십천, 아니 구백천을 떠돌아 다녔을 것입니다. 이 억울함, 이 원통함을 어디에 비유할 수 있단 말입니까.


지난 여름 뜨거웠던 서울광장 앞에서 우리는 고인들을 생각하며 삼보일배를 했습니다. 미안하다는 대통령의 단 한마디 말을 기대하며 청와대로 향했던 유가족과 시민들의 삼보일배는 또다시 경찰의 방패에 가로막혔습니다. 삼보일배가 가로막힌 그 자리에 하늘에서 억수 같은 비가 내렸습니다. 유족도 울고, 시민도 울고, 하늘도 울고, 저도 울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린 장대비, 그것은 비가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고난을 보며 흘리신 다섯 분 고인의 통한의 눈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이라도 전하고 보내 드렸으면 이렇게 슬프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돌아가시는 날 따뜻한 국물이라도 드시게 하고 보내 드렸다면 이토록 원통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삼가 고인들께 엎드려 사죄합니다. 지켜 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지켜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비정하고 단말마 같은 세상에서 고인들을 외롭게 투쟁하도록 내버려 두었던 우리 자신이 너무도 부끄럽고 서러울 뿐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죄송해 하고만 있지는 않겠습니다. 고인들의 뒤에 남은 가족과 함께, 그리고 벗들과 함께 철거민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겠습니다. 언젠가는 저 뻔뻔한 대통령이 고인들의 무덤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도록 만들겠습니다. 용산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어 약자들이 힘을 갖는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그때까지 고인들이시여, 오늘의 고통, 억울함, 서러움 모두 잊으시고 편히 하늘나라로 떠나소서. 먼 훗날 우리가 새 세상에서 만날 때에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고 왔노라고 같이 웃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테러를 진압하기 위해 테러 진압 부대에 배속되었다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살인 진압 명령에 강제 동원되어 그 참사 과정에서 함께 운명하신 특공대원 고 김남훈 씨, 돌아가신 열사들과 마찬가지로 무허가 건물 옥탑방에서 기거하며 특공대원 생활을 하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김남훈 씨를 만나시거들랑 위로해 주소서. 함께 손을 잡고 보듬어 주소서. 


그리고 남은 가족들에게 힘을 주시고 저희들에게 용기를 주옵소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저희들은 남은 혼을 불태우겠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