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관객들에게 처음 공개했는데, 소감 한마디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짧게 만들 수 없을 걱정을 했는데, 길게 나왔어도 그렇게 지루하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웃음)
💬 어떻게 짧게 만들겠습니까? 그래서 고민이 정말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분의 신념이나 믿음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전달할까? 그리고 어떠한 과정과 순서를 통해서 전달하면 이야기들이 설득력이 있을까? 라는 고민들을 좀 했던 것 같고요. 그냥 뭔가 꾸었던 꿈을 포기하거나 이런 것들이 아니라, 오히려 충돌들 속에서 이 사람이 정말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어떤 이상, 이런 것들이 좀 드러나지 않을까? 그런 것들을 가지고 고민을 했습니다.
💬 감독님은 아마 일대기를 따르는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신 것 같아요. 그 판단의 근거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분이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드문 분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드문 분이었다는 의미는 뭔가 자기가 가져오고 있던 신념들을 끝까지 자기 방식으로 관찰시키려고 했던 분이에요. 그렇게 말들은 많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던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 것들을 드러내려면 어떤 한 순간에 그런 것들이 드러나는 거는 아닌 것 같고. 오히려 긴 시간 동안 이 사람이 젊었을 때 어떻게 생각했고 그 생각들이 어떻게 가다듬어져 왔고. 어떤 변화를 거쳐 왔는지를 보여줘야지만, 그 생각들이 온전하게 전달되지 않을까. 그래서 한순간의 방식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길게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영화 제목이기도 한 6411 버스에 대한 얘기가 영화의 중후반에 중요하게 등장하는데요. 이 연설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영화를 보신 분의 마음속에 와 닿을 것 같습니다.
관련 자료화면이 조금 남아 있어요. 노회찬 의원님이 6411 버스를 타는 과정이 좀 남아 있는데, 그 과정들이 꽤 흥미로웠어요. 왜냐하면 보통 정치인들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이렇게 떠나는데, 정말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았어요.
💬 노회찬 의원님의 영웅적인 면을 강조하실 수도 있었는데, 그런 면을 좀 지양하시고 만드신 것 같다며, 그 이유를 물어보시는 관객분이 계셨어요.
제가 그게 잘 안돼요(웃음). 그러니까 이분이 활동하시고 이분이 자기의 신념들을 관철시키는 세상이 있잖아요. 그냥 진공 상태에서 저희가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성취하는 게 아니라. 그 세상에는 또 나름의 규칙과 나름의 인력이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그것들을 저는 묘사하고 싶었어요. 정확히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원하는 건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당의 운동과 노회찬의 삶이 이 영화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노회찬 의원에 대한 다큐를 만들어 달라는 제의가 부담스러우셨을 거 같은데. 감독님은 왜 거절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인터뷰에서 얘기 했는데, 다른 사람이 만들면 욕할 것 같았거든요.(웃음) 이분의 삶을 보면 볼수록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드문 삶을 살았던 분인 것 같거든요. 제가 반복해서 얘기했듯이 뭔가, 하여튼 말들은 그럴 듯하게 하는데, 아까 마지막에 나오듯이 자기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융통성 있게, 꼰대가 안 되면서, 관철시켰던 사람이 많은 것 같진 않아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 분의 삶을 제가 만들 수 있는 건 저한테 영광이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노회찬 의원의 마지막 선택을 어떤 방식으로 영화에 담을지 궁굼했었는데요.
일단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법적으로 다루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고. 가능하면 노회찬 의원이 왜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와 관련한 정보들을 빠른 속도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죽음의 갈등이나 고민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저한테 흥미로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고.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이 분의 신념이나 사상과는 사실은 크게 관련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 처음 노회찬 의원님께 마음이 열린 순간이 언제였나요.
제가 좋아했던 것은, 6411 연설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처음에 투명인간이라고 얘기를 하시잖아요. 그 청소 노동자. 그런데 이게 자칫하면 폄하하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때 바로 노회찬 의원이 자기 정당도 투명정당이라고 얘기를 하시면서, 이걸 되게 잘 넘어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분이 되게 예민하신 분이구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그래서 저는 그때 초반이었지만, 그런 예민함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꽤 잘 하셔 왔구나. 뭔가 만들어야 되는 분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영어 제목을 <The Man with High Hopes>로 지으신 이유를 관객분이 궁금해하시네요.
그야말로 원대한 희망을 가졌던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원대한 희망이 전 생애에 걸쳐서 한 번도 그것들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았고, 그것들을 되게 잘 하고 싶어 했고, 그런 측면에서 이 제목과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영어제목에 담긴 뜻에 대한 설명까지 듣고나니, 극장 개봉이 더욱 기다려 집니다. <노회찬 6411>은 현재 故 노회찬 의원 서거 3주기 개봉을 목표로 편집 및 추가촬영 등 후반작업 중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