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재단 소식

민들레(19호) 문화인 노회찬 - 그를 다시 만나다

재단활동 2020. 12. 01




문화인 노회찬

그를 다시 만나다


 

호탕한 웃음의 노회찬 의원, 그를 생전에 만난 적은 없다. 

대학시절 연합동아리 활동을 하였다. 공평하고 평등한 세상을 바라는 나 자신을 마주 할 수 있었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좋아했던 몇 안 되는 정치인이 노회찬이다. 


2020년 봄을 기다리는 3월, 그의 손글씨를 만나게 되었다.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는 공덕동 노회찬재단에서 마주한 기록들,  유년기 시절 일기장의 풋풋한 손글씨에서부터 청년기의 또박하고 단정한 손글씨, 국회의원이 되신 후, 바쁘게 메모하신 손글씨까지... 손글씨는 그 사람의 영혼의 표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생전에 만나 소탈하게 막걸리 잔을 기울이거나,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의 영혼이 담긴 손글씨의 흔적들에서 공감과 교감을 하였다.

노회찬의원 손글씨 서체 개발은 쉬운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디지털화 하기에 까다로운 부분이 많았다. 국회의원이 되신 후 조각 조각 남겨진 기록들과 정의당 시절 편지에 쓴 손글씨를 기조로 형태를 분석하고 디지털화를 진행하였다. 








그의 손글씨는 유려하게 써내려간 달필은 아니지만 호방한 웃음소리 만큼이나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흘림이 특징이다. 얽매여 있지 않은 일관되지 않은 획, 같은 낱자라도 상황에 달라 달라지는, 여러 가지 모양새를 가졌다. 자유분방한 거침없는 그의 성격이 투영된 독특한 그 만의 필력이 살아있는 자음은 ‘ㄹ’꼴과 ‘ㅁ’꼴 이다. 최대한 그 느낌을 살리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그의 손글씨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읽기 어렵거나 다른 글자로 오인하게 만드는 낱자들이 존재했다. 

오리지널리티에 어느 정도 충실해야 하느냐가 고민의 큰 축이 되었고, 재단 담당자들과 논의 하면서 활자가 가지는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조정하였다. 모음 ‘ㅏ’ ‘ㅐ’의 거침없이 쭉쭉 뻗어있는 획에서는 밝은 미래를 꿈꾸고 행동했던 그의 바람과 희망을 느꼈다. 그런 감정들을 손글씨 한자 한자에 고스란히 담아 두고자 하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재단 방문을 네 차례정도 한 것 같다, 그때마다 가는 그 길이 설레었다. 글꼴 개발을 시작한지 20년이 넘었고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지만, 이상한 일이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건조하지 않은 감정으로 일을 했으니까. 개인적으로도 잊지 못할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글을 아끼고 많이 사랑했던 그였기에, 그런 그의 필체를 다듬고 보듬는 일이었기에, 오랫동안. 누구나. 사용 할 수 있도록 디지털 폰트로 만드는 것이기에, 우리가 사랑하는 정치인, 노회찬을 기억하고 그가 행했던 용기 있는 행동들에 걸맞는 그의 손글씨체가 왜곡됨 없이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잘 사용되면 좋겠다. 

그를 추억하는 많은 이들이 노회찬체로 다시 만나기를, 그들에게 다정다감한 위로와 안정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 박윤정 (박윤정&타이포랩 대표, '노회찬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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