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25호) 후원회원 이야기 - 함께 꾸는 꿈
후원회원 이야기
함께 꾸는 꿈
항상 그 자리에서 빛나고 계시리라 믿었습니다.
당신은 별이었습니다.
방향을 가늠해 보며 가야 할 길을 정하는 별이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노회찬은, 앞뒤가 같은 사람,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라고요.
부모님이 나이 드시기 전에 서둘러 다녀오던 해외여행 귀향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먹한 뉴스를 들으며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장시간의 비행시간과 운전의 피곤함도 잊은 채 왱왱거리는 휴게소의 낯 설은 소음과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식사하시던 부모님조차도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때의 당혹감과 놀라움은 마치 어제의 일처럼 무시로 흘러갔습니다. 우리는 또다시 어른을 잃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자괴감에 잠 못 드는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선거에 낙선하고서 찾은 식당에서 이름 모를 청년이 건네준 응원의 편지에 함박웃음을 짓던 당신은 여전히 우리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데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픕니다. 세월에 무디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그리움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이 세상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며 부정의 합니다. 당신이 꿈꾸었던 세상은 늘 저만치서 다가오지 않는 신기루처럼 아른거리기만 합니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값진 의견, 소수의 의견도 존중한다고 했습니다.
"소수가 없는 다수가 없다."
소수가 모여 다수가 있다는 당신이 꿈꾸었던 진보정치, 존재 그 자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그립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소수자를 대변하던 당신이 그립습니다.
이 땅에는 아직도 과로사하는 택배기사들이 있고 작동하던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공장의 근로자들이 있습니다. 칠 년여의 수배 생활 중에서도 친구들의 기사를 모아 간직했던 당신의 순수했던 열정을 기억합니다. 아직도 이 땅에선 당신의 소망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은퇴하신다면 정치 아닌 영역에서 무의탁 노인을 위한 목욕 봉사를 하시겠다는 당신의 소망은 이제 이룰 수 없는 꿈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노회찬이라는 사람은 늘 모든 이에게 항상 진심이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뭐라 하든 옳고 그름이 분명한 세상에 살고 싶은 마음은 욕심일까요?
많이 늦어 죄송합니다.
아주 미약하지만, 당신의 정신을 놓치지 않으려 그리운 마음으로 보탬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꿈꾸었던 세상이 언젠가는 우리 눈앞에 다가올 수 있다는 믿음 또한 꼭 잡고 싶습니다.
그리고 잠시나마 함께였던 그때의 시간에 감사드립니다.
- 김미숙 (재단 후원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