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25호) ‘6411사회극장’에서 비로소 주인공이 된 투명인간들
특별기고
‘6411사회극장’에서 비로소 주인공이 된 투명인간들
“사회극장이라고 해서 (영화)상영회인줄 알았어요.(웃음)”
지난 4월 25일 노회찬재단 교육장에서 진행된 ‘회원과 함께하는 6411사회극장’에 참여한 한 회원의 말이다.
▲ <6411사회극장> "투명노동자, 그리고 6411정신"편
‘6411사회극장’에는 스크린도 없고, 연극무대와 같은 장치도 없다. 심지어 대본도 없다. 참가자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는 진행자가 있지만 짜여진 콘티에 따라 진행되지는 않는다. 현장의 역동에 따라 진행 흐름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사회극은 참가자들이 ‘역할놀이’를 통해 주제를 탐색하는 방법이다. 사회극에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인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회적인 주제를 ‘가상의 상황’ 속에서 다룬다.
‘6411사회극장’은 지난해 2주기에 즈음해 노회찬 의원님의 6411버스 연설 속에 등장하는 투명인간들의 삶과 노동의 의미를 당사자들의 ‘말’을 통해 되새겨보자 마련되었다. 돌봄노동자들(“말숙씨는 투명인간이 아니에요”)과 함께 한 것을 시작으로 뮤지션유니온("독립음악인은 투명노동자인가")과 6411사회극장을 열었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참가자들은 어느샌가 새로운 ‘역할’ 속에 푹 빠져들며 각자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 서로를 진심으로 격려하면서 서로의 손을 놓치 말자고 다짐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함께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렇게 두 번의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부터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협력운영사업으로도 선정되어 더 많은 투명인간들과 만나고 있다. 세계여성의날 즈음에 온라인으로 진행됐던 "92년생 김지영을 찾습니다"에 이어 이날은 재단 회원들이 모여 ‘투명인간’이란 누구이며 ‘6411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5월말에는 노회찬정치학교 학생들이 기획에 참여해 "떠나긴 싫지만 일은 하고 싶어“(비수도권 청년들의 삶과 고민)를 주제로 대전에서 6411사회극장을 열었다. 매달 진행된 6411사회극장은 ‘프레시안’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투명인간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내 이웃이며 내 가족이기도 하고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6411사회극장에서 비로소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투명인간들을 위해 오늘도 무대는 시작된다.
- 오진아 (6411사회극장 진행자, 노회찬정치학교 교감)
※ 노회찬 의원의 ‘6411버스 연설’ 속에는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투명인간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6411사회극장은 투명인간들의 삶과 노동을 당사자들의 ‘말’과 ‘역할놀이’를 통해 탐색해보는 참여형 워크숍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