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재단 소식

민들레(26호) 후원회원 이야기 - 아름다운 사람, 노회찬 의원님

재단활동 2021. 06. 30



후원회원 이야기

아름다운 사람, 노회찬 의원님



삶과의 간극을 극복하지 못한 글과 말은 위선이다. 처음 원고 청탁의 문자를 보고 많이 망설여진 이유가 세상과 의원님을 위해 한 일이 없는 내가 감히 이런 글을 써도 될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평생 세상의 약자를 위해 애쓴 삶에 비하면 작은 티끌도 되지 않을 부끄러움 때문에 돌아가신 의원님이 가슴 저 아래에서 저릿하며 떠올랐다. 3년 전 비보에 황망했던 안타까움으로 작은 글이라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지식인과 가진 자들이 보이는 삶과 말의 간극에 비하면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진심을 보여주신 그분에 대한 그리움을 써나가고 싶기도 했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분을 뵌 것은 2016년 백남기 선생님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몸싸움까지 벌이던 서울 대학 병원 장례식장 앞에서였다. 먼발치였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 계셔서 의원님을 가까이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어둡고 경직된 표정이 평소와 다른 모습이셨다. 납득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의원님의 굳은 마음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억울한 약자들이 있는 곳은 의원님이 걸어가신 삶의 이정표였다. 하지만 나는 가물에 콩도 나지 않을 만큼 그런 자리를 지키지 못하였기에 그 뒤로 그분을 뵐 일은 없었다. 그리고 2년 후 여름 비보를 접하게 되었다.

많은 진보 좌파 정치인들 중 의원님을 유심히 바라보게 된 것은 소설 습작생으로서의 삶의 변화 때문이었다. 습작생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만큼 글쓰기에 몰두하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구사하는 언어와 글에 대해 남달리 민감해진 터였다. 그런 이유로 의원님의 남다른 언어 구사력이 눈에 뜨일 수밖에 없었다. 적확한 비유와 예리한 비판, 그러면서도 모욕이 되지 않도록 상대를 배려하는 부드러운 위트까지. 그분이 남긴 언어들은 여전히 지금도 어두운 세상을 빛나게 한다.

언어 마법사란 별명을 얻게 되신 데에는 국어사전을 세 번이나 통독하신 노력도 있겠지만 나는 의원님의 타인 사랑의 마음에 더 방점을 두고 싶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를 알아야 한다. 표피적으로 아는 척해서는 단박에 천박한 위선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의원님이 살아온 생애는 약자 속으로 깊게 천착한 삶이었기에 그들과 다른 관점이나 포지션일 수 없다. 그런 진심 어린 시선에 잘 닦인 언어 구사력은 상황과 상대에 맞는 적확한 비유들을 풀어 놓을 수 있었고 노동신문을 십 년이나 이끌었던 이유도 글의 힘을 누구보다 믿는 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또 의원님을 남달리 존경하는 이유는 그분의 한결같은 실천적 삶에 있다. 일상과 정치가 따로 분리되지 않았던 정치인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실천적 삶에 추동은 무게 중심이 ‘나’에 있지 않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약자에게 있기 때문이고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안과 밖이 다르지 않게 견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의원님의 내면에 세상을 위한 자리가 탄탄히 잡혀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점이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을 부끄럽게 하여 다시 한번 몸과 마음을 곧추세우게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노의원님을 더 애착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분의 죽음 때문이다. 세속의 시선으로는 그의 죽음이 돌이킬 수 없는 패배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진실함을 지키기 위해 전부를 버린 그분의 패배를 나는 감히 아름다운 몰락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런 몰락이야말로 잠시 우리에게 생의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게 한다.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그리고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어느 만큼이나 그 아름다움과 결을 맞대고 있는가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을 노회찬 의원님의 진심과 따뜻한 성정이 깃든 문구로 가름한다.

“순간순간을 보면 역사가 후퇴할 때도 물론 있지요. 그러나 지그재그로 발전하는 것이 역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 낙관주의! 저는 늘 이 바탕 위에 서 있습니다. 그래야 어려운 조건도 이겨낼 수 있으니까요. 물방울이 끝내 바위를 뚫는 자연의 섭리를 되새깁니다. 힘냅시다^^”


- 이현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


공유하기

페이스북에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에 공유하기
트위터
카카오톡에 공유하기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