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44호) 정치학교 심화과정 2기를 마무리하며 (김형탁 교장)
정치학교 심화과정 2기를 마무리하며
- 김형탁 (노회찬정치학교 교장,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수강생들의 에세이를 읽었다. 글에도 지문이 있음을 실제로 느꼈다. 글에 지문이 있다는 건 글쓴이의 고유함이 글 속에 녹아 있다는 의미다. 심화과정 2기 졸업식이 있는 날, 그 느낌을 말했다. 저마다의 고유함을 가지고 하나가 된다는 것, 그것은 무한한 변주가 가능한 하나이다.
정치학교 심화과정 2기는 코로나 감염 우려를 극복하고 10주간의 전 과정을 대면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2022년도 정치학교는 운영진의 변화가 있었고, 내용도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을 연결한 체계로 하여 새롭게 구성하였다. ‘불평등과 기후위기의 시대에 더 나은 정치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화두로 던지며 수강생을 모집하였다. <한국사회 불평등과 대안>, <기후위기와 직접행동> 두 영역을 선택과목으로 제시하였지만, 아쉽게도 기후위기 영역은 신청자가 많지 않아 불평등 영역으로 통합하여 과정을 진행하였다.
심화과정은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강의와 토론에 초점을 맞추는 기본과정과 달리, 주제 영역에 대한 강의와 함께 프로젝트 모둠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심화과정이라는 특성이 수강생들의 선택에 반영되었기 때문인지 수강생 대부분이 자신만의 주제를 가지고 있었다. 평소에 품고 있던 문제의식을 정치학교 과정을 통해 협동의 힘으로 풀어보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심화과정은 모둠별로 주제를 선정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상호 토론을 통해 주제를 조정하여야 했다. 모둠별 주제 선정에 약간의 긴장이 있었지만, 모둠별로 잘 합의가 이루어졌다.
프로젝트는 문제정의, 정보공개신청 등 주제에 대한 탐색과 이론 강의를 통한 주제 심화, 그리고 현장 인터뷰 등 이해관계자 분석 등의 과정을 거쳐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정치학교 교장으로서 전 과정을 참관하였지만 모둠 활동에 직접 참여한 건 아니어서 자못 그 노력의 결과가 궁금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대를 넘었다.
졸업식이 있는 날 4개 모둠의 주제 결과발표가 있었다. 모둠별 주제는 1조 <정리해고 이후 해고노동자 지원 조례>, 2조 <SPC 중대재해 사례 분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에 관한 고찰>, 3조 <서울시 주거안전망 종합대책, 빈곤 노인의 주거 환경 개선에 효과가 있을까?>, 4조 <성별 임금 격차와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이루어졌다. 의제를 깊이 있게 분석한 점도 인상 깊었지만, 무엇보다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내용이 곧바로 실행 기획 단계로 이어져도 좋을 정도였다. 또한 보고의 형식도 다양하였다. 결과는 조례 제정안, 법제화 방안, 지자체 정책 대안으로 제시되었고, 또한 법제화를 위해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영상 컨텐츠도 만들어졌다.
노회찬정치학교의 목표에는 “노회찬의 정치철학을 계승할 제2, 제3의 노회찬을 양성하고 지원”한다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정치학교를 진행하다 보면 양성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정치학교는 누구를 양성하기보다는 연결해야 할 사람을 찾아내는 역할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정치학교는 새로운 삶, 새로운 사회를 향한 의지를 가진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저마다의 고유함을 가지고 함께 새로운 변주를 만들어낼 사람들을 모으는 공간이 정치학교다.
심화과정 2기를 통해 새로운 길동무를 얻었다. 함께 걸으면 걷는 이가 외롭지 않을 뿐 아니라, 걸으면서 길이 다져지고 넓어진다. 이태원 참사로 겪은 아픈 마음으로 계획된 1박 2일의 워크숍을 다녀오지 못해 못내 아쉬었지만, 이내 졸업 여행이 기획되고 있으니 설레임은 덤으로 얻었다. 또 어떤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