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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49호)] 정치학교 기본과정 4기 종강 후기 (강상구 교장, 오주연 학생)

재단활동 2023. 06. 16



 

노회찬 정치학교 기본과정 4기를 잘 마쳤습니다.
- 노회찬 정치학교 교장 강상구


지난 3월 25일 시작했던 ‘노회찬 정치학교 기본과정 4기’가 잘 끝났습니다. 5월 20일이 졸업식이었습니다. 

정치학교를 시작할 때 몇 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세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만들어 보자. 다양한 분야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서로가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자. 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7가지 시선, 7대 핵심어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다.’라는 ‘구호’는 그래서 나왔습니다. 노동, 복지, 녹색, 페미니즘, 평화운동, 인권, 정치가 바라본 세상은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같은지 살폈고, 각 분야의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육 내용만 보면, 그럭저럭 목표 달성은 한 것 같습니다. 수강생들께서 평가해주신 내용도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이대로만 계속 유지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노회찬 재단에 와서 보내는 시간이 저에게는 정말 큰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저 처음에 왔을 때 화가 가득 차 있었잖아요. 근데 지금은 다 나았어요.”

졸업식 후 뒤풀이 자리에서 수강생 분들이 해주신 말입니다. 

기뻤던 것은 노회찬 정치학교가 단지 공부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을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우는 자리이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졸업식에 참석하셨던 손님들이 몇 분 계셨었는데, 이 분들도 다들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어떤 분은 졸업식에 비누꽃을 가져와 일일이 선물했습니다. 그런 게 있더군요. 졸업식 뒤풀이 때 마시려고 집에 모셔두었던 꽤 값나가는 술을 죄다 가져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졸업 직전에 그 희귀하다는 평생회원에 가입하신 분이 계셨고, 이미 회원이셨지만 적지 않은 후원금을 추가로 내주신 분도 계십니다. 

수료 요건을 채우신 분들에게는 수강료의 반을 환급해 드리는 정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환급해드린 수강료를 수료생 대부분이 재단에 다시 후원해주셨습니다. 심지어 열심히 일해서 최대한 빨리 다른 교육 과정을 열어 달라, 꼭 오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기본과정 4기가 끝났지만, 3개의 소모임도 만들어졌습니다. 

최근에는 기본 과정 4기 졸업생 분들과 기본과정 및 심화과정의 이전 졸업생 분들이 모여 총동문회 첫 모임을 했습니다. 여기서 나눈 이야기들 중에, ‘월간 노회찬 강연 참석’, ‘노회찬 의원 5주기 자원봉사 활동’, ‘동문 모임 통해 뜻깊은 일들 펼쳐 나가기’ 같은 내용이 있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재단이 정치학교를 통해 수강생들께 해드린 일은 그리 크지 않은데, 이 분들이 앞으로 재단과 함께 하시려는 일들의 크기는 작지 않은 것 같습니다. 

5년 전 세브란스 병원에 시민들이 붙였던 수많은 포스트잇의 글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단어 중 하나는 ‘위로’였습니다.

‘이제 누가 우릴 위로하나요.’
이 문구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노회찬 정치학교와 정치학교 졸업생들이 노회찬 의원과 아주 조금 비슷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기본과정 4기 수강생 분들을 보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노회찬 정치학교를 마치며 
기본과정 4기 오주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만 주변에 남은 듯했다. 책방을 찾아주는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의지적으로 움직인 지 오래되기도 했다. 노회찬정치학교에도 비슷한 생각의 경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겠지 싶었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시작할 때는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기에 굳이 몸을 움직여 토요일마다 집을 나서려고 하는지 정확히 몰랐지만, 학교를 마치고 나니 몰려드는 아쉬움에 그 실체를 알게 됐다. 나는 노회찬정치학교에서 치열하고 싶었다. 

노회찬정치학교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과 생각 모두에 닿고자 하는 치열하고도 치밀한 계획으로 짜여 있었다. 몸과 마음에 닿으려 했던 오리엔테이션이나 워크숍의 시간들, 생각의 복잡함에 닿으려했던 연결도 높은 주제와 이론들, 마음과 생각에 모두 닿으려고 했던 현장의 실천들. 노회찬정치학교의 계획은 치열했을 테지만, 정작 나는 몸을 사렸다. 개인적으로는 더 깊이 있게 우리의 민낯과 모순을 훅 찌르고 들어오는, 끝장을 달리는 그림을 보고 싶었지만, 이는 쉽지 않았다. 이곳의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모순보다는, 우리 생각에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편의 모순에 더 치열하게 반응했다. 나와 완전히 근본이 다른 생각을 비판하는 것은 쉽다. 오히려 비슷한 듯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다른, 보다 유사한 생각을 비판하는 것이 어렵다. 더 정확한 근거와 정보가 필요하며 내 편을 잃을 각오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과 성찰이 없다면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테다. 

가장 큰 문제는 내 태도였을 것이다. 상대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말하며 듣지만, 동시에 이를 판단하고 내 생각을 덧붙인다. 상대의 관점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면 마음속으로 한숨부터 쉬어지고 속이 까끌거린다. 상대의 말을 아무리 주의 깊게 들으려고 해도, 나는 절대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완벽하고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열차게 치열해야 한다. 때로는 말과 생각이 가감없이 오가는 속에서 분명해지는 게 있다. 차라리 이런 나를 더 드러내고 대화해야 했을 텐데 나는 그나마 겉으로 ‘존중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치열하지 않았다. 

이러한 치열함을 모두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보다 생각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각자의 생각을 던지는 것 이상으로, 생각들이 어느 정도 종합되거나 혹은 더 명확히 분기점이 보이는 형태로 정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위해 치열함은 필요하다. 배움을 복기하는 것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저 이걸 위해서였다면 나는 노회찬정치학교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노회찬정치학교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주제에 대한 많은 생각을 나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도 고민했다. 대체로 ‘아! 진짜 모르겠어요. 어렵네요!’로 끝나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이렇게 노회찬정치학교는 마쳤지만 그래도 아직 치열해질 기회는 있다. 동기들과도 그리고 내 삶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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